내가 오늘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by 이다래

한 시간이 넘도록 한 글자도 써내지 못했다. 오늘은 도저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 대해 적으려니 재미가 없고, 지난날에 대해 쓰자니 아직 마주할 용기가 없다. 운이 좋게 브런치 작가가 돼서 글을 써 온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글 쓰는데 게을리했던 나는, 덕분에 30개의 글을 써냈다. 처음엔 그 정도로도 만족스러웠다. 나는 내 글이 마음에 들었고,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서는 생활비에 한 푼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유의미한 결과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낸 것 밖에 없다. 얼마 전엔 글을 쓸 때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의 무게가 조금 부담이 되어서 아이패드를 살까 고민했다. 한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패드의 여러 가지 모델을 비교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저렴한 모델을 사도 몇십만 원은 줘야 하는데, 내가 쓰는 글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고. 그래서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럼 더 열심히 쓰면 되지 않아? 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이게 최선이다. 일주일에 쉬는 날은 2일 정도. 하루는 그 주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하는데 쓰이고, 하루는 글을 쓴다. 나의 집중력은 최대 3시간이다. 그렇게 한 편의 에세이를 쓰고 나면 그 날은 책도 안 볼 정도로 글자를 멀리한다. 시간을 더 내볼까. 아인이가 잠이 드는 시간은 저녁 9시 반 정도. 대략 새벽 1시 정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낸다. 모든 것이 핑계고, 변명이지만 나는 그 시간에 글이 써지지 않는다. 한없이 늘어져서 tv나 보고 핸드폰이나 보는 게 좋다. 아마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 시간에도 노트북 앞에 앉아 있겠지. 결과적으론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는 걸까. 하지만 또 그 계기란 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sns에서 보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계기가 없어도 혼자 글도 잘 쓰고, 팔로워도 많던데.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도 있다면 좋겠다. 내가 그동안 쓴 에세이들을 쭉 살펴보면 하나하나의 글들은 나쁘지 않지만 연결성을 찾을 수 없다. 만약 책으로 낸다면 제목을 짓기가 꽤나 어려울 것 같다.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육아에 대한 글을 쓰자면 소재가 한도 끝도 없겠지만, 왜인지 육아 에세이는 쓰고 싶지 않다. 모르겠다. 하얀 화면에 자꾸 모르겠다는 글자만 쓰고 있다.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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