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짭짤한 기억

by 이다래

아인이를 재우고 거실로 나왔다. 목요일. 일주일 중 유일하게 볼만한 tv프로그램이 없는 날이다. 좋아하던 해외드라마도 시즌 3까지 정주행을 끝냈다. 선택장애가 있는 나는 그 많은 넷플릭스 컨텐츠 중 또 다른 드라마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오랜만에 유튜브나 켜볼까. 한동안 유튜브에 접속하지 않았다. 어플도 핸드폰 제일 첫 화면에 띄워놓았다가 나중에는 다른 어플과 같이 묶어서 폴더 저 한 구석 안 보이는 곳에 처박아뒀다. 유튜브를 멀리하게 됐던 건 그저 흥미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다시 유튜브 영상을 보려니 혀끝이 짭짤해지고, 온몸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이게 어디서부터 온 기억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재작년 가을부터 올 초여름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전에 일을 시작해 6시간 정도 근무했기 때문에 점심은 편의점에서 주로 해결했다. 간혹 폐기식품이 있으면 아침부터 신이 나서 점심시간만 기다리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틈틈이 매장을 돌아다니며 오늘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른다. 고민은 길지만 선택된 음식은 늘 도시락이나 컵라면이었다. 음식이 전자레인지에서 따뜻하게 데워지는 동안 나는 이런저런 세팅을 한다. 물과 휴지를 가까운 곳에 두고, 난로를 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날 보고 싶은 유튜브 영상 틀어놓기. 그렇게 편의점 음식 특유의 짠맛을 음미하면서,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이 없으니 나중에 오라는 기운을 내뿜으며 점심을 먹는다.


나는 그때의 기억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몇 달이 지난 지금 유튜브를 보다가 난데없이 그런 기분이 든 걸까. 보던 영상을 끄고 내친김에 구독취소 버튼까지 눌러버렸다. 사실 그랬다. 컵라면을 이제 막 먹으려던 찰나에 손님이 와서 짜증이 나기도 했고, 난로를 오래 틀어도 공기는 쉽게 데워지지 않았고, 공간이 협소해서 늘 음식을 들고 먹었고, 급하게 먹느라 체해서 일하다 구토를 한 적도 있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짭짤한 기억이 싫어 물을 들이켰다. 안 좋았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자니 한도 끝도 없다.


편의점에서의 기억이 모두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편하게 앉아있으라는 손님도 있었고, 카드결제가 잘 안 돼서 헤매고 있으니 오히려 어려운 거 부탁드려서 죄송하다는 손님도 있었고, 올 때마다 예쁜 목소리로 인사를 하던 어린이 손님도 있었다. 기억이란 오묘하다. 어떤 순간은 안 좋은 기억만 남고, 어떤 순간은 좋은 기억만 남는다. 어쩌면 내 의지에 따른 걸지도 모르겠다. 그 의지라는 게 또 내 마음대로 되나 뭐. 라고 생각하며 넷플릭스를 켰다.


기억에 대해 생각한다. 기억의 무서움에 대해. 기억의 즐거움에 대해. 기억의 쓸쓸함에 대해. 때론 기억의 영원함에 대해서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