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딸
아인이의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밖에선 남편이 출근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고, 연이어 아인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침 알람이 울리려면 1시간 정도가 남았다. 귀마개를 꽂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아인이의 울음소리는 쉽게 사그라들 줄 몰랐다. 남편이 4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인이는 남편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남편이 자고 있는 방으로 다다다 달려간다. 그러고선 남편 품에 파고들어 장난을 치는데, 늦잠을 자고 싶은 남편은 그런 아인이를 말리기 위해 핸드폰을 쥐어준다. 보통 노래를 듣거나 사진을 보는 모양인데, 아인이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좋은가보다. 아마 육퇴 후 혼자 거실로 나온 나의 모습, 휴일을 앞둔 남편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내내 아인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가지 마.”와 “아빠 잘 갔다 와.”의 반복. 남편이 나간 뒤에도 아인이는 거실에 앉아 울고만 있다. 아침잠에 비몽사몽 하던 나는 “누구 없나요. 눈물 닦아주세요.”라는 말에 피식 웃다가, 아인이가 창밖을 향해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아인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내 품에 안겨 계속 우는 아인이에게 왜 그렇게 슬프냐고 물었더니, 아빠랑 해파리랑 같이 사진 찍은 게 생각이 나서 그렇단다. 결국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아빠 사진을 보여줬다. 핸드폰을 넘겨주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아인이가 어떤 사진 한 장을 한참을 보고 있는 거였다. 안경을 쓰고 가까이서 봤더니 아빠랑 같이 찍은 셀카. 왜 그 사진을 보고 있냐고 하자 “아빠랑 나랑 있어서..”라는 아인이.
아인이는 그다음 날도 남편의 출근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 한참을 울었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었는데 남편이 집을 나서서 10m 정도 걸어가던 중, 아인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달래고 나갔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아인이는 다시 창밖을 보고 울부짖었고, 나는 그 소리에 깨서 아인이를 달랬다. 아인이는 내 품에 안겨서 아빠가 쉬는 동안 같이 했던 일들을 말한다.
딸은 본인의 아빠와 비슷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는 속설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나는 다행히도 겉모습부터 성격, 취향까지 아빠와는 정반대의 사람을 만났다. 그러고자 노력한 건 아니었지만 내 본능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 결혼 7년 차인 지금도 남편에게서 아빠와 닮은 구석은 한 톨도 발견하지 못했다. 너무나 사이가 좋은 아인이와 남편을 보면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남편이 내 아빠였으면 좋았겠다고. 그래서 가끔은 남편과 아인이의 모습에 나와 아빠의 모습을 대입시켜보곤 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