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쉬는 날. 그리고 나도 쉬는 날. 함께 홍대에 가기로 했다. 몇 달 동안 아이패드를 살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고, 드디어 사기로 결정을 했으며, 홍대 프리스비에 가서 실물을 직접 보고 구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차를 하고 목적지로 가는 도중 몇 년 전 같이 살던 친구와 함께 갔던 고깃집 앞을 지났다.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남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여기 진짜 맛있었는데, 은정이랑 같이 살 때, 여기 둘이 고기 먹으러 왔었어. 어어! 바로 이 자리야. 이 자리에 둘이 앉아서 고기 2인분 시켜서 먹었다니까. 밥은 한공기만 시켜서 나눠먹었을껄? 우리 둘 다 양이 많은데 고작 그것밖에 안 먹었어. 근데 어찌나 맛있고 배가 부르던지. 그때 아마 2만 몇천 원? 나왔던 것 같은데, 나오면서 그랬던 거 같아. 우리 비싼밥 먹었다고. 또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
10년 전쯤, 그러니까 20대 중반의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편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낮에 4시간짜리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급여는 한 달로 따지면 50만 원 정도 되었다.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하면 남는 돈이 없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도 경제적으로는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맘을 먹어야 했던 건지 모른다. 둘이 더치페이를 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만원이 넘는 돈을 한 끼에 쏟아부어야 했으니까. 그건, 그 당시 내가 두 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기도 했다. 그렇게 고깃집을 나서며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고, 그 이후에 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느꼈던 기분만은 또렷하다. 술이라도 한잔 걸친 것 마냥 발걸음이 가벼웠고,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가끔 그때의 우리가 생각이 난다. 종종 우울해하기도 했고, 많은 순간 외로움을 느꼈던 나에게 친구는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데이트에 나를 자주 껴주었다. 내 생일엔 남자친구와 함께 맛있는 회덮밥집에 데려가 주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그 친구에게 해줬던 일을 떠올리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가끔 남자친구와 싸웠을 때, 내가 대신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아줬던 것 말고는.
친구가 얼마 전에 SNS에 글을 올렸다. 나와 함께 살았던 때, 우리 엄마가 만들어서 보냈던 반찬이 맛있었고, 그게 너무나 감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외로웠던 그때, 사실은 외롭지 않아도 될 이유가 많았다. 나와 늘 함께해줬던 친구가 있었고, 본인의 딸 곁에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고마워 반찬을 많이도 싸서 보냈던 엄마도 있었다.
아이패드를 사려고 고민 중이던 때, 아이패드를 이미 사용하고 있던 친구에게 전화로 어떤 기종으로 사면 좋을지 물었다. 친구는 자기보다는 남편(그 당시 남자친구)에게 물어보면 더 잘 알려줄 거라고 했다. 친구의 남편이자 나에게는 나름 친한 오빠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너무나도 친절하게 나에게 맞을 듯한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패드로 친구에 대한 글을 적고 있다. 고깃집에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망설여지던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친구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
많이도 서툴렀던 그때의 나, 스스로를 잘 몰랐던 그때의 나. 나의 서툶을 안아주었던 그때의 너,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알아봐 주던 그때의 너.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말야. 우리가 지금껏 친구일 수 있는 건 8할이 네 덕분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