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병원은 사람이 많았다. 예약을 못하고 온 탓에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진료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의사는 질문이 많았고, 내 발목을 오래 살펴봐 주었다. a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발목인대 늘어남’이었으나, b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발목인대 파열’이었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지난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의사는 진료 중 간호사에게 뭔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후, 뻘쭘하게 텀이 생기자 의사는 유튜브에 자신이 올려둔 발목 강화 운동 영상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집에 가서 꼭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왼쪽 발목에 반깁스를 했다. 깁스라고 하면 왠지 엄청 심한 부상에서만 필요한 것 같아 놀랐는데, 한편으론 내 아픔을 인정받았다는 기분도 들었다. 물리치료는 냉각치료와 레이저 단 두 가지로 꽤나 심플했다. 반깁스를 하고 병원을 나오는 길. 나는 내 꼴이 너무나 황당해 약국을 들르는 것도 깜빡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폭염이 시작되었다. 반깁스는 너무나 불편했다. 발부터 종아리까지 깁스가 닿는 부분엔 모두 땀이 찼다. 늘 양말을 신고 있어야 그나마 견딜만하고, 자다가 더워서 깨면 선풍기를 다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했다. 진짜 불편한 건 어린이집에서였다.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어서 주 3일 어린이집으로 출근하는데, 이곳의 구조상 실내에서 화장실이나 탕비실로 가려면 신발을 신어야 한다. 슬리퍼가 있긴 하지만 깁스한 발이 들어갈 리가 없다. 한쪽은 깁스 신발을 신고 벗고 하는데, 깁스 신발에 달린 찍찍이 두 개를 붙이고 떼고 하는 일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한 번은 왼쪽 발을 들고 깽깽이로 탕비실에 갔다가 나머지 오른쪽 발목에 무리가 가서 그마저도 포기. 그래도 의사 말대로 씻을 때를 제외하곤 온종일 깁스를 하고 있었다. 의사가 하라고 한 냉찜질도 틈 날 때마다 했다. 낫겠다는 의지가 여느 때보다 강했다.
그렇게 2주 동안 왼쪽 발목에 반깁스를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 다리를 보고 놀랐다. 모두가 내 다리를 걱정해주는 것이 왠지 모르게 쑥스러웠다. 그래서 다리가 왜 그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넘어져서 그렇다고, 거의 다 나았다며 대충 얼버무렸다. 아무도 관심 안 가져주면 그건 그거대로 속상해했을 거면서.
이제 내가 느끼기에도 많이 나았다고 생각될 무렵. 나는 또 넘어졌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지고 만 것이다. 이번엔 오른쪽 발목. 마치 발목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분간 넘어진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걸었다. 저절로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냉찜질을 했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는데, 오른쪽 발목에도 깁스를 해야 한단다. 의사도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었다. 의사는 왼쪽에 하던 반깁스를 그대로 오른쪽에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간호사에게 반깁스가 왼쪽, 오른쪽 구분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나는 왠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병원을 나서며 나는 처음 반깁스를 하고 나왔던 날보다 더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