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goongjun Jun 22. 2022

10. 저...제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요…ㅠㅠ

회사생활 적응기 #1

말투와 표현방식이 회사생활에 정말 중요한 이유


난 어릴 때부터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마도 목소리가 좀 커서 그랬던 것도 같다. 나 스스로는 그리 크게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좀 작게 말할래’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터지는 웃음소리가 커서 주변인들이 깜짝 놀라는 일도 많았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멀리 퍼지는 소리인지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데시벨로 말한 것 같은데 나만 콕 집어 조용히 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어릴 때 합창과 플루트를 배웠더니 기본적으로 복식호흡을 해서 그런가….) 목소리가 단단하게 나와서 그런지 좀 더 자신 있게 말하는 걸로 느끼고 어떤 때는 화내는 걸로 오해도 하더라…. 난 그냥 내가 생각한 바를 말한 것뿐인데…0ㅅ0;;; 아마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좀 더 강하게 말하는 습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좀 친해졌다 생각하면 말이 좀 더 편하게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오빠들은 되레 귀엽게 봐주고 더 친하게 지냈었는데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을 경우 그게 되게 기분이 나쁜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대학 다닐 때 선배들에게 지적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적받은 이후로 윗사람에게는 좀 더 정중하게 말하려고 노력했었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을 다니는 기간 동안 말투로 인해 내 뜻을 오해받는 경우를 많이 겪으면서 고치려고 노력해서 회사 입사할 때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많이 부족했었나 보다. 입사하고 1년이 지나기 전에 같이 일하던 편집자분한테 엄청 혼난 적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맡은 책의 마감을 향해 달려가던 어느 날, 나와 같이 일하시던 편집자 R님(내게는 직속 상사 같은 분이었다)이 회의실로 날 따로 부르시더라. 그때 난 마감을 향해 해맑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정말 별생각 없이 ‘무슨 일이시지?’ 하며 들어갔었다. 그런데 들어가서 앉으니 ‘OO 씨, 지금 내가 우스운 거예요, 아님 싸우자는 거예요?’ 이런 뉘앙스로 물어보시는 게 아닌가! 난 진짜 깜짝 놀랐었다. 한 번도 우습게 생각한 적 없었고, 되레 존경하는 마음으로 같이 일하고 있었던 데다 친밀해진 사이라고 생각했으니 내 당혹감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분이 평소 그렇게 강하게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그때 진짜 나도 모르게 눈이 땡그래지더라. 너무 놀래서 ‘저 절대 그런 적 없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하고 여쭤보니 내가 나이차나 직함도 무시하고 너무 편하게 말하는 것 같아 정말 불편했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때서야 난 윗사람의 이름과 직함을 부를 때 성을 빼고 부르면 정말 예의 없는 경우가 된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사실 다른 디자이너분들과 편집자분들이 서로들 편하게 성 빼고 이름과 직함만으로 부르시기에(‘OO’ 과장님~ 이런 식으로) 난 그게 괜찮은 건 줄 알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한 건 아니다. 몇 번 마감을 겪으면서 친밀해졌다 생각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내가 놓친 큰 부분은 그분들은 나이가 엇비슷해서 친구 같은 관계였다는 거다…. 한참 어린 막내가 일 몇 번 같이 하더니 친구들이 부르는 것처럼 부르니 얼마나 기막혔을까... 거기다 일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사적으로 말할 때보다 좀 더 강한 톤으로 말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작업하던 책 관련해 이야기할 때 그랬었나 보다. R님이 말씀하시길 처음 너무 편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당황했어도 어리니까 잘 몰라서 그랬겠거니 하고 그냥 넘어갔었는데 이게 점점 쌓이니까 말을 해야겠다 싶었다고 하시더라. 내가 정말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거 아니라고 말씀드리니 그 마음 오해하지 않겠지만 다음부터는 말할 때도 조심해서 해달라고 하시더라.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되게 싹수없게 느껴지셨겠다 싶어 얼굴이 화끈거린다. 0ㅅ0;;;)


이때가 내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상대방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방식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무리 내가 상대방에게 애정과 호의를 갖고 있다한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방식이 아니라면 되레 큰 오해를 쌓을 수 있다는 걸 크게 깨달은 것이다. R님과는 서로 작업 스타일을 맞춰가던 초반에 이렇게 한번 겪고 나니 이후로는 서로의 마음 오해하는 일 없이 정말 오래 편하게 작업했었다. 이때가 입사 초반이었으니 십수 년 전인데도 이때 느꼈던 당혹감은 아직도 그대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기억을 바탕으로 이후 말투와 표현방식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도 사람 한방에 바뀌는 거 아니니 이후에도 말투 때문에 혼난 적이 몇 번 더 있었지만. ㅋㅋㅋ) 아직도 ‘아차’싶을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있던 분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가끔 업무 이야기하다 강하게 말한 것 같아 내 말투에 대해 주변분들에게 물어보는데 업무적으로 말할 때는 그 정도는 말해야 한다고들 하시더라. ㅎㅎ)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말하는 의도는 분명히 좋은 의도로 말하는 건데 꼭 듣는 상대방 비위 맞춰가며 말해야 돼요? 왜 그렇게 눈치 보면서 이야기해야 돼요? 업무 이야기하는데도 그런 식으로 눈치 보는 거 좀이라도 친해져서 덕 보려고 그러는 거예요?’라고. 나도 지금보다 어릴 때는 ‘내가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로 맞추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비굴함이 아니라 배려와 이해, 상황에 따라서는 전략이더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말해도 아쉬운데 이런 말을 디자이너가 할 경우, 그것도 같이 일해보고 싶어지는 디자인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하면 참 많이 아쉬움을 느낀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사람과 하는 일이다. 아무리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사람’은 자기 마음이 더 기울어지는 방향이 생기게 마련이다. 디자이너는 사용할 사람을 생각하면서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사람들이 바라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위와 같이 말하는 디자이너는 나와는 관점이 달라 디자인 방향을 합치할 수 없을 거라 생각이 들어 더 많이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서로 열린 태도를 갖고 임하면 되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어지간해서는 그렇지 않더라.)


누군가에게 절대로 비굴해질 필요는 없다. (너무 비굴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오히려 기피 대상 1호다.) 그저 ‘내가 기분 나쁠 말은 상대방도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다’라는 생각과, 한 발짝만 더 나아가 ‘나는 괜찮은 말이어도 저 사람에게 기분 나쁠 말이 될 수 있는 표현인지도 고려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말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업무 역량이 정말 넘사벽으로 차이 나는 게 아니라면 사람은 좀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협업의 기회를 더 많이 가지면서 부족한 듯했던 업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말투는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기에는 뭣한 사소한 것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래서 최소한 말투나 표현방식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도록 스스로를 잘 다듬으려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경력 초반의 나처럼 오해받지 않도록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9. 인디자인, '이젠 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