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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goongjun Jun 19. 2022

09. 인디자인, '이젠 너다!'

편집디자인 적응기 #3

노래부르던 인디자인과 만나다


번역서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됐던 '인디자인'. 스치듯 경험한 인디자인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쿽과 다르게 jpg ai 파일을 tifeps 변환할 필요없이 그냥   있는데다 PDF 보내면 책을 만들  있다니! 그래서 인디자인을 배우고 싶다고 (혼자 소심하게) 노래를 불렀다. 몇 개월 노래를 부르다가 '디자인정글(현재는 아카데미정글인  같은데 이제 편집디자인은 강의를 안하네)'에서 퇴근 시간 이후 배울  있는 강의가 있는 걸 보고 회사에 요청했다. 그랬더니 오케이 떨어져서 인디자인 배우러 고고~ㅎㅎㅎ


강의 들으러 가는 첫날, 강의실 도착하니 같이 강의 듣는 분들은 대략 10여분 정도였다강의 같이 듣는 분들  절반 정도는 이미 북디자인 경력이 있으신 분들(완전 고수분들도 있었다)이었는데 쿽에서 인디자인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었다. 당시 분위기가 당장 인디자인으로 바뀌는 분위기였던  아니다. 쿽은 앞으로도   이상 주요 프로그램으로 버틸 분위기였지만 인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도 느낄  있었고, 한번이라도 구경해  사람 입장에서는 쿽보다 편한 부분이 많았기에 본격적으로 업계 대부분이 넘어가기 전에 미리 준비하자는 분위기들이었다. (이때 준비했던  다시 생각해봐도  잘한 일이었다인디자인 배운 뒤로 3-4년 정도 지나니 업계 대부분이 인디자인으로 넘어가 있더라.)


강의하시는 선생님은 굉장히 시원시원하시고, 업무에 필요한 포인트를  찝어 강의하시는 분이었다. 국내에서는 인디자인으로 작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도 인디자인 활용법을 자세히 꿰뚫고 계셨고(프리랜서로도 활동하시면서 인디자인으로 작업하셨던 듯), 인디자인 강의 쪽으로 인기 분이었다. 수업 시간동안 실습 예제도 초보부터 경력자까지 인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활용할  있는 내용으로 준비해 주셨었다. 그리고 선생님도 쿽을 사용하시다가 인디자인을 사용하신 분이라서 쿽에서 인디자인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팁도 잘 가르쳐주셨다. 당시 회사에 입사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편집디자인을 배워갔던 내게는 실무적인 팁에 더해 디자인 팁도 많이 얻을  있는 시간이었다.


이때 배웠던 강의를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같이 강의를 들은 분들과 친하게 지냈던 거다. 요즘은 소수가 모여 듣는 강의나 모임에서도 서로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는데 그때는 모이면 서로 통성명하고 뭐하는 사람인지 이야기하면서 '이왕 같은 시간, 공간에 모인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냅시다'의 분위기가 있었다. 선생님도 같이 어울려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궁금한 거 물어보기도 편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수업 기간은 한달 정도였지만 주마다 2번씩 만나 강의듣고 이야기 나누니 어느새 메신저 아이디도 공유하며 채팅도 많이하는 사이가 됐었다. 수업 듣고 배고픈 사람끼리 모여 밥도 먹으러 다니고, 강의 끝나는 날은 마지막날을 기념해 선생님 포함 모두 같이 모여 회식도 했다. ㅎㅎㅎ 거기에 당시 대세 메신저 '네이트온'으로 그룹 채팅도 하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채팅하며 수다떠는 사이로 지냈었다. 다들 사는데 바빠 차츰 연락이 뜸해지면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만 같이 어울리고 수다 떨었던 시간은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즘은 강의를 듣거나 모임을 가도 쉽게 친해지기도 어렵고, 인연이 이어지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기분좋게 배웠던 인디자인은 내게 1순위로 사용하고픈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이후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책이나 홍보물 등의 작업은 인디자인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다른 디자이너분들과 같이 작업해야하는 것들이나 기존 도서 재쇄 작업들을 위해서 쿽을 병행해서 사용해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디자인으로 작업하는 수를 늘려갔다. 이렇게 인디자인 작업 개수를 늘릴 수 있었던데는 K실장님(지난 글 06. 제작 견적도 한 번 알아볼까?에서 언급했던 새롭게 거래하게 된 출력소 대표님 ㅎㅎ) 덕분이기도 했다. 당시 거의 모든 출력소에서 쿽 파일만 받는 시기였는데 K실장님은 인디자인 파일로도 출력을 받기 위해 준비를 하고 계셨고 그 덕분에 나도 인디자인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결국 혼자 준비한다고 일이 진행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같은 속도로 준비된 사람들이 함께 해야 바라는대로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인디자인 배우고 활용해보려고 할 때 K실장님이 준비되어 계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인디자인이 쿽보다 사용하기 편한 부분이 많고, 인디자인이 쿽 사용하던 사람들을 위해 단축키도 쿽 바탕 단축키를 설정할 수 있게 해줘서 넘어가기 편하게 만들어 두고(이래서 난 쿽 베이스 단축키만 안다...인디자인으로 편집디자인 시작한 친구들과 단축키 이야기하면 서로 헷갈린다 ㅋㅋㅋ), 필름출력소 중 인디자인 작업물을 넘기는 게 가능한 곳도 생겨나니 회사의 다른 디자이너분들도 인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다. 몇 년 뒤에 사정이 생겨 퇴사한 이후 프리랜서로 일하게 됐을 때 보니 그때는 모든 디자이너분들이 인디자인을 쓰고 계셨다. 내가 배우기 시작할 때는 큰 관심을 갖지 않으셨는데 나중에는 모두가 주 사용 프로그램을 바꾸게 되는 경우를 보니 무엇이든 지금 인기 있는 것이 평생 가지는 못하고 변할 수 있으니,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여전히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계속 검색하고 공부하는데 딱 한가지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바로 체력! ㅋㅋㅋ 그래서 운동해야하는데...앞으로 무거운 몸을 좀이라도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다잡아야겠다...(오늘은 다잡기만 하고 이만 자련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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