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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goongjun May 28. 2022

02. 매킨토시, '넌 누구니?'

매킨토시 입문기

매킨토시와 첫 만남


첫 회사를 편집디자이너로 입사하기 전까지 난 매킨토시를 눈으로만 봤었다. 과제 출력을 하려고 충무로에 갔을 때, 2학년 때 과제전 도록을 만들면서 선배님이 쿽으로 만들던 모습을 봤을 때 본 정도가 입사하기 전 매킨토시에 대한 경험의 전부였다. 


매킨토시에 대해서도, 편집디자인에 대해서도, 책을 만드는 과정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사용하게 된 첫 매킨토시는 Power Mac G4였다. 사실 입사한 날 만나게 된 맥은 Power Mac G5였고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다웠다! 기계 덕후인 내게 너무 탐이 나는 아이였는데 이틀 동안 눈앞에 두고 구경만 하다가 G4를 사용하게 됐다. 당시 G4는 OS 9 버전이었고, G5는 OS 10 버전이었는데 두 버전 사이의 차이점이 있었던지, 당시 회사에서 사용하던 쿽을 설치하기 어려웠던지 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 더해 다른 디자이너 분들은 G3, G4를 사용 중이었기에 서로 작업의 원활함을 위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유려한 외양을 가진 아이를 포기하게 된 건 아쉬웠지만 당장 책 마감을 위해 아쉬움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었다. 주 사용 키부터 윈도우와 차이를 보이는 것 때문에 키보드 사용감을 익히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맥들은 그런 게 없지만 당시만 해도 한글을 입력하려면 화면에 별도로 뜨는 입력창에 입력해야 하는 신기함이 있었다. 윈도우에는 없는 한글 입력 방식, 달라진 키보드 사용감 등이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완전히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선임 디자이너분께서 핵심을 잘 집어 속성으로 가르쳐 주셨지만 책을 만드는 일 자체가 처음인 데다,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작업 자체가 처음인데 얼마나 우왕좌왕했겠는가.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정말 정신없이 마감에 맞춰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다 보니 기억이 자세하지는 않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도 첫 한 달을 무사히 넘겼구나' 정도의 감상이 남아있다. ㅎㅎㅎ


첫 한 달 동안은 정말 당장 책 마감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배웠었다. 그래서 첫 마감이 지난 후 당면한 과제는 매킨토시와 쿽에 익숙해지는 일이었다. 어렵지 않은 디자인 작업들을 배분받아 작업하면서 막히는 부분마다 다른 디자이너분들에게 물어보거나 폭풍 구글링으로 하나씩 알아나갔다. 분명 윈도우나 매킨토시나 컴퓨터고, 입력하면 출력된다는 기본은 같은데 어쩜 사용하는 과정마다 생경하고, 다른 디자이너분들과 공유하는 네트워킹도 쉽지 않고, 윈도우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오류들도 많이 겪었던지... 거기에 발생한 오류에 대해 다른 디자이너분들께 물어봤는데 정확한 답을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마다 정말 미친 듯이 검색해서 방법을 찾아냈었다. 찾고 보면 너무나 쉬운 방법이어서 허탈했던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입사 후 첫 1년은 마감에 치이면서 매킨토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정말 치열하게 지냈던 걸로 기억한다. (칼퇴를 권장하는 회사였는데 스스로 야근하며 일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무식하게 다 경험해보며 배웠던 시간이었다. 뭘 모르니 가능했던 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ㅎㅎㅎㅎ 


전혀 모르던 문물의 사용 경험과 그 문물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답을 알 때까지 찾아내던 경험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알고자 하는 것들을 끝까지 추적해 찾아내거나 깊이 생각해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뭘 그렇게 무식하게 다 알려고 해서 사서 고생을 하냐? 그렇게 알게 된 거 나중에 쓸 일은 있을 것 같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마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그렇게 할 것 같다. 사소한 거라도 정확하게 알려고 노력하고, 알아낸 답을 제대로 정리해서 기억하는 과정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능력치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첫 매킨토시인 G4는 스스로 알아내고자 노력하는 자신을 알게 해 주고, 어떻게 노력하면 되는지를 알게 해 준 좋은 친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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