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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goongjun May 30. 2022

03. 매킨토시,
'이제 우리 좀 친해졌나?'

매킨토시 적응기

매킨토시, 차근차근 알아가기


매킨토시에 대한 것도, 편집디자인도, 책을 만드는 과정도 전혀 모른 채 입사하고 한 달만에 마감을 경험한 후 미친 듯이 검색하고 공부하면서 난 매킨토시와 점점 친해졌다. 윈도우와는 다른 매킨토시만의 매력은 친해질수록 강해졌다. 


매킨토시만의 시작음, 프로그램 설치와 제거가 쉬운 점 등이 윈도우와는 다르게 편하고 매력적인 점들로 다가왔다. 그리고 윈도우에서 보는 것보다 깨끗한 색상을 볼 수 있는 점도 너무 좋았다. 그때는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했었고, 그래픽 카드도 비슷한 사양이었음에도 분명 매킨토시를 통해 보는 색이 더 좋았었다. (이 차이는 요즘 더 많이 느낀다. 모니터 사양들이 더 좋아지고 애플은 맥 전용 디스플레이들을 만들면서 모니터에서 구현되는 색 차이는 확실히 더 크더라.)


불편한 점도 많기는 했다. 지금이야 맥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국내 은행이나 관공서 사이트도 맥에서 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공인인증서 설치나 활용이 불가능해서 인터넷 뱅킹이나 관공서 사이트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점은 정말 불편했다. 그리고 G4가 점점 노후화되다 보니 컴퓨터 작업 속도나 안정성이 안 좋아져서 디자인 작업 외 일들을 할 수 있는 컴퓨터가 필요해졌다. 회사에 요청하고 싶었지만 당시 회사 내에 아무도 2대를 쓰는 분이 안 계셔서 요청하기가 힘들더라. 결국 집에서 쓰던 윈도우 PC를 회사에 갖고 와서 사용했다. 그때는 당장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져와서 썼지만 그렇게 쓰는 게 전혀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체감이 되더라. (그래서 주위에 개인 컴퓨터 회사에 가져가서 쓸까 고민하는 애들 다 뜯어말린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작업하면서 나중에 내 컴퓨터가 사망하니 회사에서 하나 구입해 주었다. (이후에는 다른 디자이너 분들도 요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ㅎㅎㅎ)


매킨토시를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서체였다. 윈도우로 작업하던 때는 사실 서체로 인해 컴퓨터가 멈추거나 프로그램이 꺼져버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매킨토시는 서체에 대한 민감도가 너무 높았다. 새로운 서체 하나 설치할 때마다 프로그램 별로 사용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G4를 사용하기 시작한 직후 좀 전까지 잘 사용하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을 때의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은 여전히 기억이 난다. 뭐가 문제일지 다른 디자이너 분께 물어보니 '아마 서체 때문일 거야, 새로 설치한 서체 있어? 그거 지우고 다시 켜봐'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꺼지기 직전 썼던 서체를 찾아 지우고 나니 잘 돌아가더라... 그런데 재밌는 건 설치하고 사용하면 무조건 꺼지는 서체가 있는 반면 어떤 때는 괜찮다가 어떤 때는 꺼지게 하는 서체가 있던 거였다. 거기에 작업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인쇄용 패키지를 만들거나 출력만 하려고 하면 멈추게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컴퓨터가 멈추게 될 때 꼭 등장하는 '무한 회전 모래시계'는 정말 작업하면서 보고 싶지 않았던 아이콘이었다. ㅋㅋㅋ


거기다 이런 상황은 한가할 때는 절대 안 나타나고 꼭 마감이 다가와 미친 듯이 야근하며 일할 때 일어났다. 반복되는 상황에 나중에는 대충 '무한 회전 모래시계'가 나타날만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도 했지만 입사 초반에 매킨토시와 친해지는 과정 중에는 정~~~말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거나, '헉' 소리나 'IC'가 튀어나오거나, 무의식 중에 책상을 치게 된다던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당시 디자이너들 공간이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다른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이런 때 들리는 소리만으로 다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고 심심한 위로를 전해주시곤 했다. 


입사하고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한 번씩 매킨토시를 포맷하고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서체나 프로그램, 파일 등을 지우는 게 쉬운 매킨토시지만 그 흔적까지 전부 한 번씩 지워줘야 잘 돌아가는 건 윈도우와 똑같았다. 당시 사용하던 OS는 'Macintosh OS 9'이었다(컴퓨터 켤 때 나오는 화면에 저렇게 쓰여있었다). 윈도우 포맷이야 정기적으로 했던 일이지만 매킨토시 포맷은 처음이었기에 또 열심히 검색했다. 당시 매킨토시에 대해 가장 많은 지식을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는 '케이머그(KMUG)'였다. 요즘은 맥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지만 그때는 케이머그가 최고였다. 케이머그 게시판 뒤지고, 구글에서 뒤져 매킨토시 포맷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포맷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기억에 포맷하는 과정이나 UI도 윈도우보다는 쉬운 느낌이었다. 파티션 나누고 설치하는 과정 자체도 쉬웠는데 메인 하드 파티션 나눌 때 크기 조정을 잘못하거나 추가한 하드가 인식이 잘못되거나 파티션을 잘못 나누거나 하는 실수들로 포맷을 한 번에 끝내는 일은 드물었다. ㅋㅋㅋㅋㅋ


이후로도 매킨토시 관련해 계속 알아보고, 내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오류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 분들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것도 알아보고 해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입사하고 2년이 지나기 전에 회사 내에서 디자인팀 컴퓨터뿐만 아니라 프린터와 네트워크까지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 ㅎㅎㅎ 그때는 이런 일들이 전혀 힘들지 않았고 모두 같이 협업하는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이 컴퓨터와 네트워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지금까지도 기계적인 것들,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1n년 전 편집디자이너로서의 첫 경력을 시작할 때 만난 매킨토시는 초반 친해지기 위해 분투했던 시간을 지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도움을 주더니 이제는 절친이 되었다. 사용하는 하드웨어는 지속적으로 달라졌지만 이제는 매킨토시와 연관된 생태계 자체가 확장되어 내 삶 속에서 빠지면 안 될 부분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죽을 때까지 디자이너로 살고 싶지만 혹여 그렇게 되지 못하고 디자인을 그만둔다 하더라도 매킨토시는 그냥 내 옆에 항상 머무르게 될 것 같다. 


"매킨토시야, 우리 이제 좀 친해진 거지? 앞으로도 쭉 친하게 지내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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