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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시인 May 06. 2020

나를 지지 해주는 음식

西红柿炒鸡蛋 토마토달걀볶음

 타지 살이에 적합한 사람은 홀로의 시간을 잘 견디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좌절이 아니라 '이것도 경험이지'하며 흘릴 수 있는 견고하고 유연한 사람인 거 같다.

 그밖에도 입맛은 타지 적응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그 지역 음식이 입맛에 맞으면 행운이지만 맞지 않을 경우 남들보다 배는 힘들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한국인인가 싶을 정도로 타지에서는 타지의 음식을 더 선호하고 한식당은 결코 안 가는 사람이다. 유튜버가 아니면 구태여 시도해보지 않을 음식들까지도 섭렵하고,  재료와 조리과정을 속속히 들여다보면 먹고 잘 못 되는 거 아닌가 싶은 길거리 음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탈이 나도 맛있다고 또 먹는 나의 근성은 귀화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절절했다.


중국에서 타지 살이를 할 때였다.
술 마신 날에 순댓국 보다 마라탕으로 해장하는 게 익숙해지는 경지에 도달했을 때, 내 위는 이미 중국패치가 완료되었다. 훠궈집에서도 소고기 대신 '오리 혀'를 찾고,  한국에선 거르기 일쑤였던 아침에 '여우티아오' 그리고 '떠우지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해 겨울, 라디에이터를 끝까지 올리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오들오들 떨리게 했던 지독한 독감에 걸렸을 때, 흰 죽 빼고는 어떤 음식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프면 집이 생각난다던데, 타지에서 살던 집은 집이 아니었나 보다. 뜨끈한 온돌에 등이 따셨던 한국의 집이 생각났다. 타지 살이에 적합했던 사람은 어느새 아픔과 동시에 외롭고 춥고 배고픈 불쌍한 사람으로 전락해버렸다.
 간신히 상태가 호전이 되어 흰죽만으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았는데, 외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국 특유의 기름지고 매운 음식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 그때 친구가 여러 음식을 싸들고 왔는데, 나는 거기서 '씨홍쓰차오지단'(토마토달걀볶음)만 먹을 수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사물이 가끔 말을 걸 때가 있는데(심신미약) 달짝지근하면서 걸쭉하고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다 파는 이 음식은 내게 힘내라고, 기운 내라고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꼭 이 음식을 먹었다. 타지에서 이런 음식을 찾은 것은 행운이었다.

 어젯밤 산책 겸 나선 길에 어느 사람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빈손으로 지나치긴 그래서 다이어트 중인 그 사람을 위해 야채가게에서 토마토를 사서 건네주었다. 그러다 문득 그 음식이 생각이 났다.

 재료는 계란 세 개와 완숙토마토 2개, 소금과 설탕 그리고 매운맛을 좋아하면 고추는 기호껏.

 계란을 먼저 풀어놓고 소금 간을 한다. 그리고 뜨겁게 달궈진 웍에 기름을 둘러 계란 맞을 준비를 한다. 계란은 설익을 정도만 볶고 덜어낸다. 그다음 토마토를 뜨거운 불로 볶아준다. 이때 설탕도 같이 넣어준다. 물기가 적다 싶으면 뜨거운 물을 살짝 넣어주고 덩어리가 지지 않게 토마토를 으깨준다. 마무리는 계란과 합쳐주고 한번 더 중약불에 볶는다.
 15분도 채 안 걸리는 간단한 이 음식은 소박하고 영양가가 있으며, 언제나 집에 오면 있을 거 같은 집반찬 같은 음식이다.




아프지도 않은 무탈한 일상에서 이 음식이 떠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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