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던 주름이나 흰머리를 발견할 때가 아니라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느낄 때
쌓이는 추억들과 경험이 아니라
뻔히 보이는 결과 때문에 마음이 가지 않을 때
늙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
돌이켜 보면 컴컴하고 습했던 그곳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빛을 찾기 위해
으등부등 모든 것을 마주 했었겠지
섭취하고 게워내고 다시 무너지고 아물고
그곳에서 나는 맞닿은 모든 것들에
내 세상을 전부 내어주고 거뜬히
다른 세상에 맨발로 들어가기도 했어
꽂기만 하면 작동되었던 그 시절을 지나
이제는 각종 검증과 보안을 거치는 그 사이
마음은 이미 다하게 되고
피지도 않은 몽우리처럼 대가리를 푹 숙이게 돼
이제는 정말로 늙은 거겠지
아직 마음은 20대예요 라는 할머니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