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되어주는 하루

(나를 알아가는 시간 7)

by 희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왜 나는 늘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지."

"남들은 다 자기 자리를 찾은 것 같은데, 나만 불안한 것 같아."


무너지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자꾸 흔들리는 날이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길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드는 날.


아마,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자주 '방향'으로 설명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빠른지,
지금쯤 어느 위치인지.


그래서 자꾸 비교하고,
확인하고,
불안해집니다.


이 시대는 특히,

속도와 성과로 사람을 평가하는 구조 안에 놓여 있습니다.

방향을 묻지 않으면,

뒤처진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방향도, 속도도

결국은 바뀐다는 걸.




살다 보면,

방향은 여러 번 바뀝니다.


확신이 흐려지고,
선택이 낯설어지고,
어제의 꿈이 오늘은 작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의심합니다.


"왜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하지."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 내 그릇이 여기까지인가."

"왜 한 가지를 끝까지 버티고 붙잡지 못하지."


그리고 속으로 묻습니다.


"이건 실패 아닐까."





하지만 방향을 바꿨다는 건,
늘 포기와 같은 말은 아닙니다.


때로는
계속 자신을 확인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 도전했다는 건,
여러 번 자신을 들여다보고 시험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용기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건,
행복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하나의 재능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배움의 이유를

성장하기 위해서라 씁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압니다.


불안해서 배운다는 걸.
불안해서 읽고,
불안해서 따라갑니다.


뒤처질까 봐.
틀릴까 봐.
혼자 멈춰 있을까 봐.


그래서 자꾸 밖을 봅니다.


정작
내 안은 잘 보지 못하면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기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끝까지 놓지 않는 어떤 것.


양심, 태도, 책임, 존엄, 관계.


이런 것들.

남이 정해줄 수 없는,
나만 아는 중심.


지도는 자주 바뀌지만

나침반은 방향을 묻지 않습니다.

기준은 그런 것입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나를 잃지 않게 붙잡아 주는 것.




만약 아직 잘 모르겠다면,
이 질문부터 괜찮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나."


존엄을 버리지 않기로.
사랑받기 위해 나를 줄이지 않기로.
두려움 때문에 나를 속이지 않기로.


하지 않겠다는 기준도
하나의 나침반이 됩니다.




저 역시 한때,
제 인생이 흩어진 퍼즐 같다고 느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부지런하다고,
재능이 많다고,
시간 관리를 잘한다고,
멀티태스킹을 잘한다고.


하지만 저는
속으로 자주 물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아나운서,
기자와 리포터,
프로그래머,
어린이 출판사 교사,
매출퀸 3관왕,
요가 강사.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인정도 받았지만,


어느 순간엔
그 모든 조각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두고
'맥시멀리스트의 삶'이라며
웃어 넘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처음부터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는 걸.


흩어진 퍼즐을 하나씩 맞추며,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어디까지는 지키며 살고 싶은 사람인지,


그 기준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는 걸요.




돌아보면,
제가 걸어온 많은 길들은
방황이 아니라
실험이었고,
실수보다
탐색에 가까웠습니다.


행복을 찾고 싶어서,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계속 움직였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모든 조각들이
저라는 사람을 만들었다는 걸 믿습니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계속 살아 있게 만들었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 서사를 바탕으로,
저와 비슷하게 흔들리는 분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어주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여러 길을 걸어온 당신에게
이 말은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방황한 게 아닙니다.
당신은 확장한 겁니다.


당신은 멈춘 게 아니라,
넓어진 겁니다.


포기한 사람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고민하는 사람만이, 아직 걷고 있지요.


그래서 지금,
이만큼 생각할 수 있고,
이만큼 돌아볼 수 있는 겁니다.




'내 편이 되어준다'는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오늘 하루,
내 선택을 쉽게 부정하지 않는 것.


오늘 하루,
내가 걸어온 길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선택 앞에서는
오늘만큼은 단호해지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인생은 직선이 아닙니다.
곡선이고, 우회로이고, 때로는 막다른 길입니다.


하지만 기준이 있는 사람은
길을 돌아도
자신을 잃지는 않습니다.


방향은 흔들릴 수 있어도,
신념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방향보다
나를 지키는 하루로.


오늘은,
내 편이 되어주는 하루로.


남의 속도보다,

내 기준을 먼저 존중하는 하루로.


충분히 잘 살아온 당신에게,
이미 그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미 자기편이 될 준비를 끝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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