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쉬어가는 법 2)
오늘 아침,
환기를 시키려 창문을 열자마자
공기의 온도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 오늘 날씨 좋네.
겨울바람 끝자락에
봄내음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시 이불 덮고
침대로 들어가기엔
아까운 날씨였습니다.
커피를 내리다가
괜히 창문을 한 번 더 열었습니다.
향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차갑고 시원한 바람이
뺨에 닿았습니다.
조금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마음까지 같이 환기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요즘의 저는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충전하는 편은 아닙니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잘 회복되는 사람입니다.
오해도 없고,
소모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시간.
그 안에서 저는
꽤 오래 숨을 고르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창문을 닫고 지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추워서가 아니라,
집중하기 위해서요.
저는 사람의 온도와
관계의 구조를
유난히 예민하게 느끼는 편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어릴 때부터
늘 책임을 맡는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원해서이기도, 떠밀리기도 하면서요.
어느새, 그것이 저의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최근까지,
도쿄에서 지낸 휴식의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아직도 쉼을 모른 채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분명히 압니다.
창문을 닫고 지내는 날은
사람을 피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시간입니다.
도쿄에서 돌아온 뒤에도
조금은 더 그랬습니다.
내 안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고독했지만,
외롭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는 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연락 안 한 사람들이 떠올랐고,
같이 요가하고 싶은 얼굴들이 스쳤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휴식이란,
꼭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공기 한 번 마시고,
블라인드 한 번 걷고,
커튼 한 번 젖히는 것만으로도
더 넓고 깊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마음을 잘 닫고 삽니다.
알림을 줄이고,
연락을 미루고,
감정을 접어두면서요.
바빠서,
지쳐서,
설명하기 싫어서요.
그래서 혼자 버티는 쪽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모른 척하지 못하게 됩니다.
혼자만의 회복이
항상 건강한 건 아니라는 걸.
때로 그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가장 조용한 고립일 수도 있다는 걸.
오늘은,
계절이 먼저 말을 걸어온 날이었습니다.
"이제 조금 열어도 괜찮아."
바람은 덜 차가웠고,
햇살은 오래 머물렀습니다.
마음에도
작은 틈이 생겼습니다.
마음이 열리면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를 시험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을 뿐입니다.
피곤해서 말이 짧았고,
바빠서 답이 늦었고,
여유가 없어서 웃지 못했을 뿐입니다.
살아오며 풀지 못한 오해나
이해 안 가서 묻어두던 상황도
오늘은 내 손과 마음에서 떠나보냅니다.
"이건 더 이상 내가 움켜쥘 일이 아니다."
그러자,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움직이기로 합시다.
괜히 의심하지 말자.
굳이 확대 해석하지 말자.
혼자 상상으로 상처 만들지 말자.
대신,
"저 사람도 힘들겠구나."
"그래도 오늘 같이 버텨줘서 고맙다."
"이렇게 함께 살아주는 게 참 다행이다."
이렇게 바라보기로요.
창문 하나 열었을 뿐인데,
마음에 봄바람이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오래 꺼두었던 감정 스위치를
다시 켠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을 따뜻하게 보니까,
마음이 함께 쉬었습니다.
어쩌면 휴식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햇살 한 번,
공기 한 번,
사람 한 번
다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쉬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기대지 않는 법에 익숙해져서
더 빨리 지칩니다.
오늘은,
창문도 열고,
마음도 열고,
사람에게도 봄바람을 나눈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괜히 한 번 더 웃고 싶어진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나 자신에게도
조금 너그러워진 하루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길 바랍니다.
조금 설레고,
조금 가벼워지고,
조금 숨이 트인 하루.
아니면 어때요.
오늘,
마음의 창문 하나 열고
한 사람에게 안부를 건네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이렇게 말해 주세요.
나는 지금,
잘하고 있고,
잘 쉬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은,
당신 인생에 봄이 들어온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