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누군가 내게,
’네 안엔 불이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진심을 다할 때 더 또렷해지는 불.
어둠 속에서 더 활활 타오르는 불.
쓰러지며 망가뜨려도 쉽게 꺼지지 않는 불.
내 글의 연료는 어쩌면 이 불이 아니었을까.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고,
이해받지 못하면 때때로 금이 가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의외로
빛이 잘 닿지 않는 모퉁이들이 많았다.
누구에게나 그런 구석은 하나쯤 있는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내 안에서 불을 켜보는 연습을 했다.
세상이 내게 빛을 비춰주지 않을 때,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해 봤다.
그렇게 불을 하나 둘 밝히다 보니
밖의 모퉁이들도 보였다.
그곳이 환해지면 다른 어두운 구석이 또 보였다.
어릴 적부터 감정을 빨리 알아차렸다.
그 감정을 혼자만의 추억으로 품다 흘려보내는 대신,
글로 승화시키며 기록해두기를 반복했다.
때때로 마음은
늘 알 수 없는 뭔가에 젖기도 하고,
미처 정체를 다 알아채기도 전에 마르기도 했다.
그래서 글을 썼다.
무언가를 풀거나 정리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흘러넘치지 않게 눌러두려는 마음으로.
말로는 안 되는 것들이 문장에서는 어쩐지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이 혼자서 타오르긴 어렵다는 걸.
때로는 한 문장, 한 사람,
작은 모닥불 옆에 함께 앉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런 순간이 없을 땐
나는 종종 거리와 온도 조절에 실패했고,
서툰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도 몇 개의 단어를 꺼내본다.
혹시,
어딘가에서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
아무 말 없이 읽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의 하루가
아주 잠깐이라도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멀리서도 보이는 빛이 되진 못한다.
나는 거창한 불은 아니다.
그저 가까운 사람 하나쯤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정도라해도,
뜨거운 불을 품은 글쟁이다.
나는,
살아내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때론 촛불처럼, 때론 모닥불처럼
기꺼이 쓰는 사람이다.
작가. 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