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잎은 바람의 편지다

흩어져도 빛나는 순간에 대하여

by 희유



흩날려 사라지는 듯해도, 꽃은 끝내 꽃이지요.

저마다 다른 결로 풀어본 두 편의 시를 나란히 올립니다.




꽃잎의 낮은 자리


저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꽃잎은 땅에 내려앉아

더 깊은 하늘을 품는다.


흩날려 사라지는 듯 보여도

손바닥에 남은 분홍빛은

누구의 지난봄을

끝내 기억하게 한다.


꽃잎은 흩어져야 뿌리가 안다.

하늘만 보던 나무는

땅에 스며드는 빛을 그제야 배운다.


우리 삶도 그렇다.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쪽에

따스한 흔적으로 피어 있다.


그러니 부끄러워 말라.

낮은 자리에서 더욱 향기로운 것,

그 또한 꽃이다.




흩어져도 빛나는 것


꽃은 떨어져도 꽃이다.

제 자리에 오래 붙들려 있지 않아도

한 번 피어난 생은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 인생 또한 그렇다.

넘어져도 끝이 아니고,

멈춘 듯 보여도 사라진 게 아니다.


밟히는 순간에도 꽃은 흙을 물들인다.

짓눌린 자리에서조차

새로운 색을 배운다.


그 빛은 땅으로 스며들어

다시 나무를 키우고

다시 내일을 불러낸다.


그러니 두려워 말라.

오늘 흩어진 너의 모습이

내일 누군가의 힘이 될 테니.


흩날린 꽃잎처럼 흩어져도,

끝내 마음에 남긴 이야기를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