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았다.
성당 앞 구멍가게를 떠올리고 동전 한 주먹 손에 쥔다.
마루가 삐걱댈까 발끝을 올린다.
아무도 몰래 집을 빠져나와 부연 먼지 뒤집어쓴 주황색 공중전화가 있는 가겟집 향해 달린다.
기숙사에 사는 남자친구의 목소리에 닿기까지 철컥철컥 돈이 떨어진다.
마음 닳듯 떨어진다.
꼬인 전화선 손가락 넣어 풀어가며
수화기 너머 있을 그를 기다린다.
한참 후에 닿은 그.
정작 다 하지 못한 말.
동전을 다 털고 돌아오니 굳게 잠긴 대문.
그날 나는 달밤을 밟아 옆집 담을 넘은 도둑고양이가 되었다.
모두가 함께 쓰던 공중전화 시절 지나 내 번호, 내 전화가 생기고 보니
달밤에 옆집 담을 넘을 일도 더는 없게 되었다.
(사진:AI생성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