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GPTs
살아있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 얼마나 바뀌게 될까. 모토로라에서 무전기 수준의 전화가 생겼을 때만 해도 너도나도 손전화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오게 될 줄 몰랐다.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고 또 녹음해서 노래가 질질 흘러갈 때만 해도 월정액만 내면 멜론 무제한 노래를 들을 때가 올 줄 상상이나 했던가.
주말의 명화만 목 빼고 기다리던 토요일이 가고 비디오가 나왔을 때 TV는 때맞춰 “출발! ooo여행”이란 프로를 냈다. 그게 1993년이다. 최신 영화를 찾아 동네 비디오 가게를 방랑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어두워지는 휴일 저녁, 늘어진 운동복 바람에 모자 뒤집어쓰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네 날건달처럼 골목을 누볐었지.
초박의 DVD가 나왔을 땐 선명하고 미끈한 화질을 보는 눈이 다 황송해서 집에 멀쩡히 앉아 이렇게 봐도 되는 것인가 했다. 거기서 멈출 리 없다. OTT서비스라는, 돈만 내면 인터넷으로 뭐든 다 볼 수 있게끔 세상 좋아졌다. 취향에 맞는 플랫폼만 고르면 되니 무엇을 생각하든 세상은 이제 상상 그 이상이다. 영화 같은 세상이다.
언젠가 “말 한마디로 나만의 챗GPT를 만든다”는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렸었다. (2023.11.8. 한국일보) 어렵게 기술 개발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앉아서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야 힘들 게 뭐가 있겠나 하지만, 워낙 눈 돌아가게 빠르게 변해가는 게 요즘 세상이다. 온갖 문학예술 창작의 영역부터 자료조사까지 말만 하면 뚝딱 나오는 AI금방망이 친구에 모두들 환호다.
고도의 기술개발로 인간의 수동적 영역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 같다. 코로나 시국을 기점으로, 만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걱정은 기우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줬다. 점점으로 흩어져도 걱정과 달리 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통계가 개인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걸 여기저기서 확인한다.
위 기사의 AI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개인화되고, 당신을 대신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그러면서 이용자 맞춤형 챗GPT 개발을 돕는 AI도구 ‘GPTs’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상용화될 것 같다. 가상화폐 등장으로 너도나도 사람들이 출렁였을 때처럼.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AI챗봇을(심지어 챗봇 개발을 도울 도구까지) 사고팔 수 있는 장터가 생긴다면 혼자만으로도 꽤 괜찮은 실적을 자신하는 개인들이 나를 드러내 파는 시장을 꺼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 눈 깜짝할 새 백만장자가 되는 사람이 흔해질지 모른다.
협동 구호를 외치며 견고한 성을 지키던 세대의 시절이 지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개인의 특장점을 활용해 흩어져도 힘을 잃지 않는 새로운 세대가 온다. 시대의 마음을 캔다는 송길영 씨도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라고. 흩어져서 살아남는 세대가 보게 될 세상의 미래는 어디까지 흘러갈까 궁금해진다.
*사진 : AI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