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디얇은 마음이란..
아침 여섯 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밖을 나섰다. 일을 서두르는 이에겐 늦은 시간일 테고,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이에게는 이른 시간일 거다. 보통 바쁜 아침 시간엔 서두르는 일이 많아서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볼 짬이 나지 않는다. 친정에서 집으로 일찍 출발해야 해서 잠을 설친 김에 밖으로 나서며 무심코 하늘을 봤다. 동쪽 하늘 옅은 구름 사이로 유난히 밝고 고운 별 하나가 떠 있다.
새벽을 밝히는 별은 언제부터 신호를 보냈던 걸까. 아무개 날, 몇 시, 어디에서 만나자고. 이렇게 눈 맞추는 아침을 오래 기다렸겠다,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봤다. 그의 주위로 빨간 불 깜박이는 뭔가 생겼다 사라진다. 이상해서 계속 보고 있으니 내가 보는 별도 깜박이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쩐지!!…. 밝아오는 아침에 유난히 빛이 나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 했어. 외계 비행물체가 아무도 모르게 지구를 다녀가는 걸 나만 보고 있는 거지 지금?!
이걸 누구한테 얘길 하지, 하는 참에 엄마가 나오신다. “엄마, 저기 봐봐. 저기 별 같은 거 보이지. 별이 아닌가 봐, 움직인다니까? 옆으로 모기처럼 날아다는 애들은 다 뭐고.” 가만 보시던 엄마가 구름이 움직이잖니. 구름이라고? 그럴 리가. 다시 눈을 맞추니 그를 가렸던 구름이 사르르 움직여간다. 그럼 모기 눈만큼 날아다니는 애들은? 그건 비행기고. 아, 그런 거야.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마음을 작정하고 보니 다른 게 보일 리 없었다.
별이었다가 별이 아니었다가 다시 별이 되는 해프닝 속을 아침부터 헤맸다. 나도 모르는 사이 보이지 않는 걸 믿거나 그 믿음으로 보이는 것조차 의심하는 버릇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외계행성 카더라,라는 말을 은연중에 믿어서 그게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삽시간에 별을 의심하다니. 흐르는 구름도 분간 못해서 외계를 쉽게 믿고 만 마음이 얇디얇다. 모르는 것에 대한 동경, 자극에 대한 호의가 내심을 침범, 호시탐탐 야금야금 영역을 넓혀도 모르도록 계획되고 있는 걸 혹시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
내가 보았던 별은 해뜨기 전 동쪽 하늘에 뜨는 샛별이다. 금성, 개밥바라기별, Venus라고도 부르는, 우주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 어느 별보다 친숙했을 별의 존재가 마음속에서 깜박였던 날, 무지 앞에서 실없이 웃었다.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사람은 어쩌다 생각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꽃이 되었어도 좋을, 나무가, 별이, 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시시 때때 확인하는 존재가 된 걸까. 의심 속을 평생 떠다닌대도 흔들리며 흘러가는 존재로 살아감을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된 거다.
"잊지 마. 네 몸은 아주 먼 옛날 식물, 동물, 돌, 별들을 이루었던, 140억 년이나 존재해 온 아주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너는 별에서 태어난 아이야. 너는 이전에도 뭔가를 이루었고, 앞으로도 다른 무언가로 거듭날 입자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존재야. 입자들에게 기억력이 있다면, 먼 훗날에도 너를 기억할 거야." 『쿼크, 별 그리고 아이』 중
* <어쩌다 작곡>이라는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만들게 된 나의 노래 "별을 바라보는 사람"
어쩌다 보니 음악으로도 날게 되었다. 도움 주신 전영훈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