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 ~ 2024.2.27
24.2.27 십칠 년 차에 접어드는 인연들을 마주 바라보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이야기들로 그간 못 채운 소식을 전하다. 감추지 않아도 드러나는 일들은 감춘다고 감추어지지 않기에 탁자 위에 오른 제물이 되다. 제물은 남향집의 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누워있다. 누가 치우기 전엔 꼼짝도 않을 기세로.
23.2.27 퇴근 후 딸들이랑 저녁외식.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시간이 하는 일은 많기도 하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시간이 딸들을 키우고, 나를 일으켜 오늘에 닿다.
22.2.27 이력서 접수마감시한 지났다. 서류준비는 다 했는데 아직 좀 더 쉬고 싶다. 하던 일을 쉬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마음이 연일 부스럭거린다.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몸을 앞세우는 날이다.
20.2.27 도서관 인수인계받다. 도서관 뒤편 망가진 파라솔 두 개, 바퀴 없이 망가진 의자 하나, 혼자 옮기기도 힘든 대형 돗자리 두 개, 밀대 망가진 무선청소기 있는 힘을 다해 질질 끌고 가서 버리다. 근처 아파트 재활용수거일에. 경비아저씨가 버리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원 드렸다. 사람들은 왜 쓰레기 위에 쓰레기를 쌓으며 내 쓰레기조차 치우지 않는 걸까. 그걸 보고 내 돈 들여 남의 쓰레기 힘들여 치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