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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Aug 23. 2018

3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읽은 기간: 2018.8.20~22

한 줄 댓글: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연애소설

    

제목만 봤을 땐 인간 존재에 대해 다루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맞다.

인간 존재가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다루는 책이다.

다만 소재가 연애다.

그래서 의외로 쉽게 읽혔다.


480쪽가량 되는 분량과 제목에서 오는 압박감 때문에 사놓고 1년 넘게 시도조차 못했던 책이다.

각 장이 3~4쪽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읽는데 수월했다.

길어야 10쪽 내외다.

쿤데라 자신도 제목이 너무 딱딱하다는 걸 알았을까?

의도적으로 책의 호흡을 짧게 만들어서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거 같다.

너무 내 주관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말이다.


쿤데라는 아직 살아있다.

책의 명성으로 봤을 때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됐고, 이 책 또한 고전으로 분류된 책인 줄 알았다.

쿤데라는 1929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딱 90세다.


서두에서 이 책이 의외로 쉽게 읽혔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의외로 쉽게 읽혔다는 거다.

의외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쉽다는 거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여타 연애소설처럼 쉽게 읽힐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품 내용>

책 내용을 조금 이야기해보자.

두 커플이 등장한다.

토마시와 테레자

사비나와 프란츠

4명의 등장인물들은 각각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대변한다.

토마시와 사비나는 가벼움을 추구하고, 테레자와 프란츠는 무거움을 추구한다.


이 말을 조금 더 풀어서 해보자.

토마시는 나쁜 남자다.

여러 여자와 잔다.

그에게 여자와 자는 것은 하루일과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따라서 토마시는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토마시에게 여자와 자는 것은 그만큼 가벼운 일이다.


반대로 테레자는 토마시와 만난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람기 많은 토마시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랑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여러 번의 우연은 결국 운명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이 둘의 차이가 인물들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다.


그러나 토마시가 테레자를 다른 여자들과 똑같이 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생각한다. 여러 번의 우연을 통해 만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토마시도 테레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의 여성편력은 테레자를 사랑하면서도 계속된다.

이 둘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가 소설의 절반을 이룬다.


나머지 절반은 사비나와 프란츠의 연애 내용이다.

여기서는 입장이 반대다.

여자인 사비나가 가벼움을, 남자인 프란츠가 무거움을 추구한다.

이 두 커플을 비교하며 읽는 맛이 있다.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교하게 만들어 놨다.

토마시 입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테레자 입장으로 가서 그 내용을 다시 다룬다.

그런 식으로 사비나와 프란츠도 등장한다.


<작품 특징>

1.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지만, 다루는 주제는 굉장히 철학적이다.

2.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중간중간에 작가가 계속 등장해서 작품을 해설한다. 심지어 이 등장인물이 탄생한 배경까지 설명한다.

3. 작품 안에 니체의 영겁회귀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작품 콘티에서 실현시켰다. 토마시 입장에서 진행되던 내용이 테레자 입장에서 다시 다루고, 그렇게 사비나와 프란츠까지 반복한다.


<소개하고 싶은 구절>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17p)
토마시는 그의 친구 Z에 대해 테레제가 한 말을 떠올리고 그들의 사랑의 역사는 'Es muss sein!'이라기보다는 'Es konnte auch anders sein.(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었는데…)'에 근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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