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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May 18. 2018

32. 『잠』-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기간: 2018.4.19~5.10

한 줄 댓글: 20년 전 혹은 20년 뒤의 나를 꿈에서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베르나르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실력은 정말 놀랍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훈이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파악하며 읽을 때가 많은데 그 과정을 생략하게 한다. 교훈이나 메시지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흡입력이 워낙 뛰어다나 보니 작품에 빠져 그냥 즐기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수면은 총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아주 얕은 잠 - 얕은 잠 - 깊은 잠 - 아주 깊은 잠 - 역설수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역설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고 한다. 베르나르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수면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한다. '솜누스 인코그니투스'라는 수면 6단계다. 라틴어로 '미지의 잠'이라는 뜻이다. 작품 내에서도 이 6단계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단계다. 주인공이 이 단계를 발견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 『잠』이다. 그 과정에서 꿈을 현실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세노이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무인도를 상업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무력으로 빼앗으려 하는 기업들의 나쁜 행태에 대해서도 다룬다.

    수면 6단계를 통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베르나르의 상상력이다. 이때 시간 여행은 물리적 여행이 아니라 꿈 안에서 과거와 나 또는 미래의 나와 만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은 스무 살 많은 자크 클라인(자신)에게 도움을 받으며 앞서서 본인(?)이 밟았던 과정을 그대로 밟는다. 하지만 그대로 밟는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 미래에서 온 자크가 현재에 있는 자크에게 계속해서 어떤 행동을 하라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현재에 있는 자크를 다그치지 않으면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미래에서 온 자크 또한 20년 전에 이미 더 미래에서 온 자크한테 이런 다그침을 받아서 그걸 기억해서 하는 것인지... 결국 현재 자크도 20년 뒤에 똑같은 행동을 하긴 하지만 그게 자유의지인지 아니면 이미 결정되어 있는 행동인지 헷갈린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있는 나에게 자유의지와 예정론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단번에 이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이성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단번에 깨달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교만일 것이다.

    베르나르가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이 작품을 쓴 건 아니다. 베르나르는 무신론자이다. 정확히 말하면 불가지론 자다. 하지만 베르나르도 자유의지와 예정론 혹은 결정론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바는 사실 명확하다. 책 서두와 말미에 두 개의 질문을 하고 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만약 꿈속에서 20년 뒤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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