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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Aug 28. 2018

35.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더클래식

읽은 기간: 2018.8.27~28

한 줄 댓글: 나는 행동하고 있는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 작가다.

노벨상 후보에 2번이나 올랐지만, 수상까지는 못했다.


이 작품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실제로 만났던 조르바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조르바라는 인물은 상남자와 여혐을 오가는 인물이다.

작품 배경이 1900년대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으면 요즘에는 읽기 힘든 소설이다.

만약 이 작품이 2018년에 발표되었다면 이걸 쓴 작가는 아마 더 이상 작품 활동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읽을 때 눈살이 찌푸려지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고전으로 많이 읽히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다.


조르바가 추구하는 인생관과 그가 하는 행동이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조르바는 생각하기보다는 행동을 한다.

본능에 충실하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건 아니다.

펜대를 굴리는 주인공보다 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주인공에게 하는 말들을 보면 인생의 진리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다.


조르바와 반대 성향을 가진 주인공(화자)은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려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조르바에게 매력을 느껴 함께 크레타 섬으로 떠나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 내용>

주인공(화자)과 조르바가 처음 만나는 부분부터 흥미롭다.

주인공은 크레타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있다.

그런데 카페 창 밖에서 누군가 주인공을 노려본다.

그러더니 대뜸 주인공에게 와서 자신도 크레타 섬으로 데려가라고 한다.

이 무슨 개연성 없는 전개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 부분이 조르바를 아주 잘 설명하는 부분이다.

주인공이 왜 데려가야 하냐고 묻자, 조르바는 '왜'라는 질문을 했다고 주인공을 꾸짖는다.

다른 이유 없이 단지 하고 싶어서 한단다.

더불어 자신이 수프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니 쓸모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커피를 한 잔 더 시켰다.

조르바의 등장만으로 책을 더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그들은 크레타 섬으로 가서 광산 일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돈 많은 30대 남자이고, 조르바는 마초 같은 60대 남자다.

조르바는 주인공을 보스라고 부른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를 넘어, 나이 차이를 넘어 둘은 우정을 쌓는다.

둘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할 때마다 주인공은 조르바에게 감탄한다.

자신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생을 배우려 하지만, 조르바는 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끌리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사실 조르바는 주인공을 굉장히 답답해한다.

항상 책을 읽고,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조르바를 통해 주인공도 조금씩 변한다.


조르바와 오르탕스 부인 사이에 일어나는 일.

광산 일을 하는데 협조받기 위해 찾아간 수도원에서 벌어진 총기 살인 사건.

과부를 사랑한 젊은 남자가 자살하자 그 과부를 죄인으로 몰아 죽이려 하는 사람들.

그걸 막으려는 조르바와 주인공.

작품은 이런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사건보다는 조르바와 주인공의 대화가 핵심인 작품이다.


<작품 특징>

1. 조르바는 실존인물이다. 이름만 다르다. 실존인물은 기오르고스 조르바, 작품 속 인물은 알렉시스 조르바.

2. 60세 노인 조르바가 오히려 도전하고 행동함으로써 30대 청년인 주인공에게 깨달음을 준다. 조르바가 더 청년 같다.


<소개하고 싶은 구절>

“왜! 왜!”
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소리치고는 덧붙였다.
“’왜’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 하시오?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된답니까? 자, 날 데려가시오. 요리사라고나 할까요. 당신이 들 보지도 못하고 생각해 보지도 못한 수프를 만들 줄 아오.”    (16p)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지 가르쳐 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누구든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누구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기도 하고, 어떤 이는 하느님께 돌린다고도 합디다. 그러니 세 종류의 인간이 있는 셈이지요. 보스, 나는 최악도 최선도 아니고 중간쯤 될 겁니다. 나는 내가 먹은 걸 일과 좋은 유머에 쓰니까요. 그다지 나쁠 것도 없겠지요?”    (90p)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르바가 너무 부러웠다.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을 그는 싸우고 죽이고 입 맞추면서 살과 피로 고스란히 살아 낸 것이었다.    (294p)
“보스, 잘 아시겠지만 나는 매일 죽음을 생각합니다. 죽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있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좋아할 생각도 없어요. 좋아한다는 건 어림도 없지요. 나는 좋다고 말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어요.”    (3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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