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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Oct 21. 2016

『피로사회』 - 한병철 - 문학과지성사

★★★★

2016.10.20

  한 줄 댓글: 심심함에서 오는 사색을 통해 기계적인 삶에서 벗어나자.


  얇은 책이다. 128쪽밖에 되지 않아서 2시간이면 읽을 줄 알았으나 뒤에 <우울사회> 부분에서 막혀 총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제목과도 같은 <피로사회>, 그리고 저자의 요청에 의해 한국판에 저자의 강연을 덧붙인 <우울사회>. 문제는 <우울사회>였다. 초자아, 이드, 우울증과 멜랑콜리의 차이 등 어려운 단어 때문에 잘 읽히지 않았다. 뒷부분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저자가 한국사람이지만 독일에서 이 책을 먼저 내고 그것을 번역해서 우리나라에 왔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앞부분 <피로사회>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현대사회는 성과사회로서 쉬지 않고 활동하기를 부추기는 사회다. 이러한 활동과잉은 자기 착취로 이어진다. 자기 착취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끝없이 자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빠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것은 자유롭다는 느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고갈되어가는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착취한다. 이런 자기 착취로 인해 결국 우울증과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과 같은 정신 질환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데 특별히 짚고 넘어가야 될 단어들이 있다. 긍정성부정성이다. 작가가 말하는 긍정성이란 사회에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질이다. 반대로 부정성은 그런 가치관들에 의문을 품는 성질이다. 현대사회는 성과사회라고 했다. 그러니 어떤 일에 있어서 의문을 품기보다는 잘 안되면 노력을 더 해야 하는 것이고 더 열심히 해서 성과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의문을 품고 생각을 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현대인들은 그런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결국 무한 긍정을 통해 고갈이라는 결말을 향해 다 같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피로사회를 든다. 사실 이 결말 부분에서 많이 헷갈렸다. 저자는 우리가 성과사회에서 고갈을 통해 피로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피로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저자는 피로의 원인을 두 종류로 설명하고 각각의 피로사회는 결국 다른 사회라고 말하고 있다.  첫 번째 피로사회, 즉 성과사회의 결말로 나타나는 피로사회고갈사회다. 긍정성에서 오는 피로. 탈진의 피로인 것이다. 저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두 번째 피로사회는 부정성의 피로, 무위의 피로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음을 말하는데 이것이 부정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을 것이다. 저자는 심심함에서 오는 사색이 성과사회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즉, 무위를 통해 사색을 할 수 있고 그 사색이 결국 부정성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다.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힐링이 된 책이다. 사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요즘 독서에 너무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루 한 권’이라는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깊게 읽지 못하고 있었다. 페이지 넘기는 것에 만족하는 독서가 진정한 독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물론, <우울사회> 부분은 넘기기에 급급하긴 했지만… 이 책을 통해 독서와 글쓰기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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