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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Oct 26. 2016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 쌤앤파커스

★★☆

2016.10.21~25

 한 줄 댓글: 보편타당한 말들, 다시 상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뿐.


  우리나라에서 300만 부나 팔린 어마어마한 책이다. 그런데 작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아프면 환자지!"라며 이 책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이 책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저자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책 리뷰를 다는 곳에 가보면 '아픈 청춘은 노년이 되어서도 아프다', '자기는 금수저니까 이런 말 하는 거 아니냐' '노예 양성하는 하지 마라' '행정고시 떨어지고 유학 간 게 시련이냐' 등의 댓글이 많다. 사실 나도 주변에서 이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꺼려졌다. 그러나 직접 읽지 않고 이 책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읽게 됐다.


  이 책 33p에 보면 "청춘들은 대부분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늦게 피는 꽃도 같은 꽃인데 왜 지금 젊은이들은 매화같이 일찍 피는 꽃만 바라보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빨리 피는 꽃 늦게 피는 꽃을 구분하는 게 아니다. 또 38p에 보면 "많은 청춘들이 인생의 ‘신인상’에만 연연한다. 친구들보다 ‘빨리’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친구들보다 ‘먼저’ 전문직에 나가고, 친구들보다 ‘앞서’ 부와 안정을 누리고 싶어 한다."라고 쓰여있다. 우리는 신인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배우라도 하자는 거다. 저자가 지금 청춘들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속된 말로 저자가 꼰대처럼 보였다. 자신은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읽다가 한 부분에서 저자에 대한 생각이 뀌었.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부분인데 11개월 만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신 것이다.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아버지가 검사고 본인은 서울대 법대에 행정고시에 떨어지고 보통 가기 힘든 유학을 손쉽게 대안으로 선택해서 갔는데 도대체 무슨 시련이야. 진짜 아픈 게 뭔지도 모르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한쪽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 내가 생각했을 때 저자도 충분히 힘들었을 거 같다. 충분히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지만 책 리뷰에서 '진짜 아픈 게 뭔지도 모르면서'라는 식의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조부모님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 금수저라는 이유로 큰 고통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저자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물려받은 것도 없어서 경제적 상황까지 좋지 않은 사람들,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러나 자신보다 덜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힘들어하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별것도 아닌 걸로 힘든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꼰대들이 하는 짓 아닌가.


  지금 청춘들은 꼰대들한테 '노오력'이라는 말로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남의 힘듦을 자신과 비교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꼰대들과 같은 짓을 하는 것이다. 지금의 청춘들이 꼰대라는 말을 쓰며 그들을 비난하지만 결국 우리들도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이 겪은 일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닐까. 군 생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상근이나 공익을 다녀온 사람들도 다 힘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상근과 공익만 따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은 힘들지 않아'라고 내가 무의식중에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반성해야겠다.


  저자가 다 아는 듯이 말해서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직접 읽어본 결과 나는 그렇게까지 비난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런 종류의 자기 계발서에서 큰 위로나 큰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잘못이다. 보편타당한 말들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큰 위로가 되기도 하고 쓸없는 뻔한 소리가 되기도 한다. 보편타당한 말들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상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뿐이다. 이 책은 그 정도만 바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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