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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Sep 10. 2018

41. 『종이달』 - 가쿠다 미쓰요 - 예담

읽은 기간: 2018.9.6~7

한 줄 댓글: 돈을 낭비하는 노예, 절약하는 노예


제목을 본 첫 느낌은 아련함이다.

달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서정적인 느낌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달은 종이달이다.

가짜 달이다.

종이달이 주는 느낌은 허무함?


책 제목을 조사해보니 이런 느낌 말고도 다른 뜻이 있다고 한다.

일본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가짜 달을 놓고 찍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이달은 관용적으로 '한때 가장 행복한 추억'을 뜻한다고 한다.

작가가 행복과 허구, 허무함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종이달>이라는 제목을 썼지 않나 싶다.


과장되게 말하면 이 작품은 금융 범죄물이다.

우메자와 리카라는 여자가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한 사건이 주 내용이다.


<작품 내용>

핵심 내용 주인공은 우메자와 리카라는 여자다.

우메자와 마사후미라는 남자와 결혼하면서 다니던 카드 회사를 그만둔다.

전업주부로 3년 정도 지내다 삶에서 권태로움을 느끼고 요리교실에 다니기 시작한다.

요리교실에서도 권태로움을 느끼고 은행에서 시간제 사원으로 영업 일을 시작한다.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정직원이 된다.


사건은 우메자와 리카의 부자 고객인 히라바야시 고조라는 70대 노인의 집에서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히라바야시 고조의 집을 방문했다가 손자 히라바야시 고타를 만나게 된다.

고타는 대학생으로 영화 제작을 꿈으로 하는 청년이다.

자신보다 12살 어린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장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번 돈으로 화장품을 산다.

사실 여기에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

화장품은 고가여서 수중에 있는 2천 엔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마침 고객에게 예금 입금 부탁으로 받은 돈이 있어서 거기서 돈을 꺼내 쓴다.

그날 바로 자기 돈을 찾아 채워 넣는다.

그러나 앞으로 벌어지는 사건에서 이 부분이 내포하는 뜻이 중요하다.


리카는 점차 사치가 심해지고,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 결국 고객의 돈에 손을 댄다.

고타가 리카를 부자로 알기 때문에 거기에 부흥하기 위해 더 심한 낭비를 한다.

고객과 은행 중간에서 착복한 돈이 쌓여서 1억 엔이 된다.

결국 리카는 태국으로 도망하는 신세가 된다.


작품은 리카라는 인물 외에도 리카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도 돈과 인간의 관계를 묘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리카 주변 인물들은 리카와 과거에 친분이 있던 인물들이다.

전 남자 친구, 요리교실 친구, 고교 동창 등.

전 남자 친구는 유복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자녀들을 비교하며 한탄하는 아내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요리 교실 친구는 자신의 낭비벽 때문에 이혼까지 당한다. 물건을 사는 순간까지는 행복한데 계산을 하는 순간 그 행복은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고교 동창은 위 두 인물과는 다른 이유로 돈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절약 때문이다.

동창회에서 남은 음식을 싸오고, 자녀들에게도 절약을 강요하며 용돈도 주지 않는다. 다른 의미로 돈의 노예다.


세 인물이 자신의 상황과 리카를 비교하며 진행되는 작품이다.


<작품 특징>

    1.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구매력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낭비와 절약이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때 벌어질 만한 상황을 잘 묘사한 소설이다. 사치만을 돈의 노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약 또한 돈의 노예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2. 범죄 소설이지만, 범죄가 들키냐 마냐의 긴장감보다는 인간과 돈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집중한 작품이다.


    3. 계산하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을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계산할 때 인물들이 하는 행동이 다 다르다. 언제는 계산해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긴다. 또 리카의 남편 같은 경우에는 리카가 계산하려고 하면 자존심 상해한다. 자신이 리카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돈을 통해 느끼려고 한다. 리카가 계산하면 그 음식점은 맛이 별로였다고 표현한다거나, 나중에 자신이 더 좋은 음식점에 데려가서 산다거나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부부 사이에 왜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소개하고 싶은 구절>

리카가 선술집에서 한턱낸 다음에 굳이 시내 고급 초밥집에 데리고 간 것과 같다. 그는 리카에게 깨닫게 하고 싶은 것이다. 업무 내용도, 경제력도, 자기가 리카보다 훨씬 위라는 것을.    (160p)
리카는 무수한 '만약'의 끝에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거야'라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그러나 그 몇 개의 '만약'을 선택했다고 해도 '이렇게' 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망연해지다가 이어서 천천히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무수한 '만약'을 자신은 선택하지 않았고, (...)    (184, 185p)
"그렇지만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애들이야. 작년부터 다들 일제히 편지를 서로 자랑하고 그러는 거, 이상하다고 생각해. 편지를 받으니까 돈을 보내는 거야? 그런 사람은 편지가 안 오면 기부를 끊을 게 뻔한데."    (205p)
"할부로 계산하실 건가요?" 카드를 받아 든 점원이 당연할 거라는 듯이 그렇게 물어, 순간 기분이 나빠진 아키는 "아뇨, 일시불로"라고 했다.    (227p)
목소리가 거칠어지지 않고,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쉽게 사람을 믿고, 악의 같은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돈이라는 폭신폭신한 것에 둘러싸여 살아왔을 것이다.
(…)
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새삼 놀랐다. 먼저 가기 위해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가 있고, 그 인간 뒈졌으면 좋겠어하고 깔깔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금발의 여자아이들이 있고, 가방에 손을 찔러 넣고 정액권을 찾는 리카에게 혀를 차며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젊은 남자가 있고, 할머니를 밀어내고 빈자리에 앉는 중년 남자가 있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잔돈을 던지는 역내 매점의 판매원이 있었다. 전봇대 아래에 토사물이 펼쳐져 있고, 약국 계산대에는 긴 줄이 있고, 번화가 보도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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