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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Sep 10. 2018

42. 『에브리맨』 - 필립 로스 - 문학동네

읽은 기간: 2018.9.7

한 줄 댓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건강하니까 잊고 있을 뿐.


미국 현대문학 4대 작가 중 한 명인 필립 로스 작품이다.

코맥 매카시 소설『로드』를 읽고, 미국 현대문학 4대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져서 바로 사서 읽은 책이다.

필립 로스의 대표작인지는 모르겠다.

인터넷 서점에서 필립 로스를 검색했을 때 판매량 1위에 있길래 사게 된 작품이다.

사고 나서 알게 됐지만, 『사실들』, 『아버지의 유산』이 필립 로스의 대표작으로 더 적합할 거 같다.

다음에는 돈 드릴로와 토마스 핀천 작품도 읽어볼 예정이다.


에브리맨 뜻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검색할 생각도 못하고 읽었다.

63쪽에서 친절하게 뜻을 알려준다.

보통사람이라는 뜻이다.

주인공은 보통사람이다.

이름도 없다.

작가가 의도한 장치인 거 같다.

『82년생 김지영』이 흔한 이름을 써서 그 시대 사람들이 공감하게 만들었다면, 이 작품은 주인공 이름을 아예 없애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의도한 거 같다.


<작품 내용>

줄거리는 정말 별 게 없다.

한 남자가 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소설이다.


작품은 주인공 남자의 장례식에서 시작한다.

3인칭 시점으로 플래시백 되어서 주인공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죽음까지 간다.

주인공은 몸이 허약하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자주 들락거린다.

반대로 형 하위는 건강하다.

자신은 아파서 골골대는데 자신보다 나이 많은 형은 스포츠를 즐길 정도로 건강하다.

건강 때문에 형을 질투하고 미워하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며 결혼을 세 번이나 한 인물이다.

이혼도 세 번이나 했다.

모든 결혼에 실패한 인물이다.

문화 차이 때문에 결혼을 세 번이나 하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사실 공감하기 힘들었다.

우리나라도 이혼율이 많이 높아졌지만, 이렇게 3번씩 이혼하는 게 보통 사람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 자신도 죽을 거라는 공포에 시달린다.

원인을 생각해봤을 때 두 가지 정도가 떠올랐다.

먼저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죽음을 많이 본 인물이다.

8살 때는 해변에서 놀다가 주검이 된 선원이 떠밀려 온 것을 봤고, 9살 때는 같은 병실에 있던 아이가 죽는 것을 봤다.

둘째로, 자신 또한 병원을 자주 들락거린다.

신체적 고통과 죽음은 상관관계가 높다.

고통을 많이 겪을수록 죽음을 많이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작품 특징>

    1. 성관계를 묘사한 부분은 야설이라고 할 정도로 적나라하다. 사실 야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야설하고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다. 하지만 작정하고 야한 소설이 아님에도 이 정도 수위를 갖고 있는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2. 주인공이 특별히 죽음에 대해서 명언을 날리거나, 죽음을 초월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건강한 형을 질투하고 미워하고, 더 살고 싶어 하고, 건강을 원하는 부분은 이 작품을 현실감 있게 만들어준다. 오버해서 명언을 날리지는 않지만, 공감돼서 명언처럼 느껴지는 구절들이 많다.


<소개하고 싶은 구절>

유일하게 불안한 순간은 밤에, 해변을 따라 함께 걸을 때 찾아왔다 (…) 수많은 별은 그가 죽을 운명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 그는 도대체 이런 공포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안간힘을 써야만 피비에게 그것을 간신히 숨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비로소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 순간에 왜 내가 내 삶을 불신해야 할까? (…) 그는 별난 사람도 아니었고, 일그러진 사람도 아니었고, 어떤 식으로든 극단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 나이에, 죽는다는 생각에 시달리는 걸까?    (37, 38p)
창문 너머로 나무의 잎들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10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의사가 찾아왔을 때 그는 말했다. “언제 퇴원하죠? 1967년 가을을 놓치고 있잖아요.” 의사는 침착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더니, 이윽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모든 걸 다 놓칠 뻔했는데.”    (47, 48p)

캬... 의사가 주인공에게 한 말은 정말...


오랜 세월 그는 퇴직이 자신에게 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긴 시간을 그림에 바치는 꿈을 꾸어왔다. 광고회사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많고 많은 아트 디렉터들이 흔히 꾸어왔을 꿈이었다. 그러나 해안으로 이사 와 거의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뒤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바닥나버렸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다급한 욕구는 사라졌다. 그의 여생을 채우려고 계획했던 일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다.    (107p)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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