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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Nov 08. 2016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민음사

★★★☆

2016.11.2~4

한 줄 댓글: 생각을 통해 나다움을 찾아가는 고전 성장소설


  10년 넘게 집에서 굴러다니다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지적 허영심이 생기고 나서부터 내 책장에 옮겨놓은 책이다. 막상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왜 고전이지? 이 책이 왜 이렇게까지 유명한 거지? 주인공이 현실과 자신의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며 첫사랑을 겪고, 구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성장소설 아닌가? 아직 이런 고전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내 지식이 부족한 것이리라


  이 소설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부분은 129p에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핵심 갈등이자 주제라고 생각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이것은 주인공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과 바라는 이상이다. 하지만 이대로 살기에는 세상과 부딪치는 가치관들이 많다. 사실 자신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이 뭔지 뚜렷하게 알기도 힘들다. 이 소설은 싱클레어라는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각 시기마다 대상은 다르지만 결국 그 내용은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과 세상에서 통용되는 가치관 사이에서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이다.


  사실 청소년기와 청년 시기에 이런 생각은 정말 중요하다. 44p ‘이런 생각을 나는 끝없이 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통용되어 있는 가치관이 나와 잘 맞는지 아니면 내 속에서 다른 것을 원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싱클레어는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비록 데미안이라는 형의 도움을 받았지만 누군가의 충고를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고민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생각하는 모습은 꼭 데미안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구도자의 삶을 향해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데미안도 대단하다. 85p에 “생각이란, 우리가 그걸 따라 그대로 사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 중략...) 넌 그걸 감추지 못할 거야! 누구도 안 돼, 한 번 생각하기를 시작하고 나면 말이야”라고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생각을 넘어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이 진정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싱클레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생각조차 안 할 때도 많지만 생각만 할 때도 많다. 거창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생각은 많이 하는데 정작 행동으로 하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 있고 돈 있을 때 해야지’라는 식이다. 과연 돈 있고 시간이 있을 때란 언제일까? 그때 되면 정말 할까? 핑계 대지 말고 지금부터 조금씩 행동으로 옮기는 게 나를 더 성장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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