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 and R Nov 10. 2016

『7년의 밤』 – 정유정 – 은행나무

★★★★

2016.11.8~9

한 줄 댓글: 한 편의 영화 같은 흡입력을 지닌 스릴러 소설

  엄청난 흡입력을 지닌 책이다. 500쪽이 넘는 책이지만 만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대사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는 처음이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기본적인 프로필부터 성격과 말투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거 같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소설에 호기심을 느끼게 만드는 첫 문장이다. 사형수의 아들로 살아가는 최서원. 어디를 가던 2개월 이상 머물지 못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매스컴 잡지와 그에게 잔인하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렇게 도망자의 삶을 살던 중 그를 키워준 아저씨(승환)의 원고를 보게 된다. 거기에는 아버지가 사형수가 된 사건의 전말이 쓰여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버지가 사형수가 됐을까? 그리고 그를 7년 동안 따라다니면 괴롭힌 매스컴 잡지는 누가 보내는 걸까? 이 이상은 쓰지 않겠다. 혹시 내 글을 읽고 책 읽을 마음이 사라지면 안 되니까.


  이렇게 복잡한 사건을 독자들이 쉽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도 정유정 작가의 힘이다. 심지어 읽다 보면 너무 있음 직하게 까지 느껴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령 마을의 그림지도가 책 첫 장에 있는 것도 사실감에 한몫하는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검색해본 결과 역시나 영화로 제작 중이다.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다.


  이 소설은 살인자 가족들에게 현재 우리 사회가 보내고 있는 잔인하고 차가운 시선에 대해 과감하게 담았다.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부모가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이 당연할까? 한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소설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주인공인 최현수(아버지)는 ‘그때 ~했다면’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결국 사건을 키우게 되고 결국 ‘그때 ~했다면’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종말을 맞이한다. ‘~했다면’은 후회를 담은 말이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냥 후회만 할 뿐 이후에 행동이 그 전과 달라질 게 없다. 그러니 계속 일이 커질 수밖에...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실수하는 존재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때~했다면’이라는 식의 한탄은 앞으로의 행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실수에 갇혀 계속 후회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버지의 사랑과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주인공의 ‘~했다면’의 한탄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설정들이 등장인물들에 잘 버무려져 있다. 너무 잘 버무려놔서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다른 책들이 잘 읽히지 않아 힘들 때 이 『7년의 밤』 읽기를 권한다. 두꺼운 책을 빠르게 읽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독서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민음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