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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Dec 07. 2016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 홍

★★☆

2016.12.1~5

한 줄 댓글: 쉽지만 가볍지 않고, 소소하지만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조사하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 책의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1000엔짜리 지폐에 얼굴이 있었을 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다. 1984년부터 있다가 2004년에 일본의 파스퇴르라 불리는 노구치 히데요에게 1000엔짜리 지폐의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한 나라의 지폐에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의 화자는 고양이다. 총 2권이지만 하나의 큰 사건을 다루고 있지 않고 11개의 에피소드들이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각 에피소드들이 크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고양이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는 고양이가 화자이자 주인공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편하게 주인공이라고 부르겠다. 주인공은 중학교 영어 교사인 쿠샤미가 키우는 고양이다. 주인공은 매번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추악함을 비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태어난 지 1년 몇 개월밖에 안 됐지만 3~4살 된 인간보다 지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제목도 단순하게 '나는 고양이다'가 아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인 것처럼 이 고양이는 자신을 마치 양반처럼 지적이고 뛰어난 고양이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주인공의 이런 자신감과 교만함은 독자들이 공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유는 평소 사람들이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비교할 때 개는 사람한테 순종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고양이는 주인에게 별로 순종적이지 않고 특유의 느긋함과 거만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100년 전에 작가가 고양이의 이런 특성을 현대인들보다 먼저 알아보고 개 대신에 고양이를 화자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 주인공인 고양이의 성격과 우리가 생각하는 고양이의 특징이 너무나도 닮아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고양이가 화자라는 점 외에도 이 책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하고 서로가 너무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한데 어울려 잘 지낸다는 것이다. 먼저 주인공의 주인인 쿠샤미는 자신이 학교 선생이라는 것과 어려운 책들을 읽는다는 것으로 자신을 지식인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업인들을 속물이라 생각하며 대놓고 무시한다. 쿠샤미의 친구인 메이테이는 남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그들이 자신의 장난에 속을 때 재미를 느끼는 인물이다. 때때로 그 장난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만 쿠샤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의 악의 없음을 알기 때문에 특별히 미워하지는 않는다. 박사가 되기 위해 유리공을 깎는 간게쓰, 간게쓰의 친구이자 시인인 도후, 쿠샤미와 앙숙인 사업가 가네다와 가네다 부인 등 서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만나 생기는 소소한 갈등이 이 소설의 주 내용이자 묘미이다.


  고양이의 눈을 빌어 사람 사는 곳의 소소한 갈등과 인물들의 개성을 다뤘지만 그 안에는 작가의 통찰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쉽게 읽히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고양이(작가)의 통찰력은 이 소설에 무게를 더한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소소하지만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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