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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Feb 07. 2017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 파인만 - 승산

★★☆

2017.2.2/2.6

한 줄 댓글: 물리학의 진수보다 파인만이라는 사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책


  리처드 파인만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가 정확히 과학의 어떤 분야를 전공했으며, 어떤 업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과학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니 노벨상을 받았을 거라 추측만 하고 있었다. 리처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 못지않게 과학계에서 인정받는 물리학자이다. 20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 두 명을 꼽는다면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리처드 파인만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비교적 큰 세계를 다룬 거시적 물리학자인 반면 파인만은 양자전기역학(QED)을 다룬 미시적 물리학자다.


  그러나 파인만이 다른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보다 유명한 이유는 그의 놀라운 업적 때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스승다운 면모 때문도 있다. 물리학계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과학자가 대학원생들이 아닌 신입생들에게 하는 강의를 더 좋아했다는 것을 보면 그의 성품과 그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그는 약 2년간 신입생들에게 물리학 강의를 했다. 파인만은 '신입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물리학의 미래를 좌우하는 막중대사라고 생각했다.'(25p) 또 그는 어린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이해시키기 위해 물리학을 재구성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물리학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물리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언젠가 그는 '"1학년생들도 알아듣게끔 설명할 방법이 없더라구.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아직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야. 내 말 알아듣겠나?"'(26p)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어떤 동료 교수가 그에게 과학적인 질문을 했을 때 그것에 대한 답을 바로 하지 않고 그 내용으로 1학년생들을 위한 강의를 준비해본다고 한 뒤 한 말이다. 이 장면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철저하고 앎에 대해 겸손한지 알 수 있다. 파인만의 앎에 대한 철학은 나와 비슷하다. 파인만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도 중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네가 그 개념을 안다고 생각하면 그 개념을 모르는 친구를 이해시켜봐. 무언가를 안다고 했을 때 그걸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그걸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어." 파인만이 가지고 있던 앎에 대한 철학도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어 약간 으쓱하게 됐다.


  이 책은 파인만이 신입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만든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라는 책에서 6개의 장을 추려서 만든 책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서 물리학에 대한 많은 지식을 기대하는 것은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물리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라기보다는 파인만이라는 사람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냄으로써 과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6장 양자적 행동'이다. 다른 5개의 장에 비해 수학적 수식이 많다. 하지만 그런 지적 허영심 때문에 6장을 인상 깊은 부분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사실 6장에 나온 수학적 수식들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파인만이 이 장에서 과학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로서 과학의 불완전함을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나온 시기는 파인만과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시기와 겹친다. 하지만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했을 때 아인슈타인과 파인만의 반응은 달랐다. 아인슈타인은 반론을 제기했지만 파인만은 오히려 불확정성 원리를 바탕으로 물리학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물리학자다. 물론 반론을 제기했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과학자로서 더 올바른 역할과 능력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반론은 아인슈타인 자신의 이론 안에서 모순점이 발견되어 재반론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받은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에서 자신의 반론의 모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과학의 완전성을 지키기 위한 '반론을 위한 반론'이었다고 생각할만한 요소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과학의 위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에 반해 파인만은 평소 자신의 명성과 학문적 업적들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QED를 완성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할 때에도 그는 딱히 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마지못해 받았다고 한다.'(13p) 이 부분을 보면 그의 인간적인 삶의 자세를 알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자세가 그의 과학적인 업적을 더 높이고 또 인간적인 삶에서도 인정받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책은 물리학의 진수를 보여준다기보다 파인만이라는 사람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 평소 물리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물리학이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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