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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May 10. 2017

3.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 부키

★★★

기간: 2017.5.2~4

한 줄 댓글: 인간의 합리성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들이 초기 자본주의(자유 방임주의)와 후기 자본주의(수정 자본주의)를 거쳐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란 다시 초기 자본주의(자유 방임주의)로 돌아가자라는 이념이다. 신자유주의가 생기게 된 원인은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의 이유가 후기 자본주의(수정 자본주의)를 택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책 제목에서 '그들'이란 신자유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즉,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14p)


  1장에서는 저자는 '자유 시장'의 근본부터 흔든다. 저자는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신선하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시장에서 무엇을 사고팔 수 있는지(마약, 인간의 장기 , 투표권, 공직 등은 팔 수 없음)에 대한 규제부터 시작해서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아동 노동 규제, 의사나 변호사 면허 등)에 대한 규제까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규제들이 시장에는 많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13장에서는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이 경제 정책으로 흔하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부자 감세나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면  트리클다운 효과(낙수효과)로 저소득층에게까지 그 부가 흘러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주장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반론을 제시한다. 시장에 맡겨 둘 때 생기는 낙수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물이 밑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복지 국가라는 이름의 전기펌프가 필요'(196p)하다고 주장한다.

  16장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갑자기 웬 철학적인 말인가 싶을 수도 있다. 16장의 원래 제목은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이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고 생각해본 결과 '영리하지 못하다' 보다는 '완전하지 못하다'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저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의 국방 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의 브리핑 내용을 인용했다. "알려진 기지수(旣知數)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알려진 미지수(未知數)들이 있다. 즉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들도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을 말한다."(232p)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노자와 소크라테스 때부터 논의되던 철학적인 주제이다. 저자가 이 말을 인용한 이유가 있다. 자유 시장 주의자들은 시장에 맡기면 알아서 다 잘 될 거라고 주장하는데, 시장이라는 게 결국 사람들의 생각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잘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인데 어떻게 시장에 맡기면 완전해질 수 있냐는 것이다. 반대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규제를 만드는 것 또한 인간인데 그 규제가 과연 유용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이에 저자는 정부 또한 인간 집단이기 때문에 완전한 규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사람들은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로 인해 복잡성을 제거해야 국민들이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이러한 주장이 아직 완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해 깊이 깨닫고 있다는 점이다. 가끔 어떤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나 책을 보면 자신의 주장이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장하준 저자는 그렇지 않다. 결론 부분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인식 위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330p)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규제의 유불리까지 가기 전에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토론을 한다면 보다 나은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정책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기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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