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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May 12. 2017

4.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최진석- 위즈덤하우스

★★★★☆

기간: 2017.5.10~11

한 줄 댓글: 관계론적 사고를 통한 유연한 사고



  제목부터 끌렸다. '생각하는 힘', '인문학' 이 두 가지를 엮어서 제목을 지었다니,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비슷하다. 나는 현재 '생각하는 삶'이라는 제목의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독서를 통해 생각거리를 찾고 그 생각거리를 가지고 열심히 생각해서 내 생각으로 만들고 그 생각을 삶으로 살아내자'라는 게 내 페이스북 페이지의 방향이다. 사실 운영이랄 것도 없다. 브런치에 올리는 독서 에세이를 공유해서 올리는 것 말고는 다른 콘텐츠를 올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홍보도 전혀 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기 때문에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가끔 동생이 눌러주는 '좋아요'를 통해 50명 정도의 사람에게 도달했다는 것만 알 수 있다. 2,000권 중 10번째 책 독서 에세이를 쓰는 시점부터 '좋아요'도 누르고 홍보도 하면서 다른 에세이도 쓸 생각이다. 서론을 쓰다 보니 책 이야기에서 벗어난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에세이 쓰기를 시작해야겠다. 이렇게 다른 말이 많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에세이 쓰기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최진석 씨는 내 모교의 교수님이시다. 하지만 학교에 다닐 때는 제대로 된 내 꿈을 찾지도 못했었고 철도 없었기 때문에 철학 관련 수업은 기피대상 1호였다. 수강 가능한 학점이 남고 시간이 남아돌더라도 철학과 강의목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은 후회 중이다. '복수전공을 철학이나 인문학 관련 과를 했어야 됐는데'라는 생각을 아직도 한다. 아직 졸업하려면 복학하고 1년을 더 다녀야 되지만, 복수전공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 전공도 제때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다른 길로 샜다. 이걸로 출판할 게 아니고 자유롭게 내 생각을 쓰는 공간이니 퇴고할 때 빼지 않겠다.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부러웠다. 한 편으로는 내가 이 분의 글을 읽기 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생겼다.

  책 서문에 보면 '노자가 무위자연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당시 노자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6p)라는 문장이 있다. 굉장히 공감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지식만 얻으려고 하면 진정한 독서가 아니다. 독서로 얻을 수 있는 유중에 30퍼센트밖에 못 얻는 것이다. 비문학이라면 책에서 주는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문학이라면 갈등 상황이나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대사를 가지고 스스로 깊게 사유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내가 2,000권 프로젝트를 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 '2,000권을 채워서 다독가가 되겠다.'라는 마음을 버리고 '2,000권 프로젝트를 하면서 진정한 독서가, 사유하는 독서가, 글 쓰는 독서가가 되겠다.'를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다독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진정한 독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독 콤플렉스를 방지하기 위해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독서 에세이도 꼭 쓰려고 한다. 독서 에세이를 쓸 때, 생각하지 않으면 요약정리 수준밖에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책 전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깊게 생각해야 그걸 글로 쓸 수 있다. 물론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더 잘 쓰게 될 것이고 더 잘 읽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노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노자에 대해서는 유명한 사상가이며 공자와는 다른 사상을 추구했다는 것 정도만 알았을 뿐이다. 독서가로서 위대한 사상가에 대해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과 더불어 '생각하는 힘'이라는 좋은 제목에 끌리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관계론에 집중한다. 노자 인문학을 한 마디로 하면 관계의 인문학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종종 공자와 노자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공자는 본질론자, 노자는 관계론자라는 것이 두 사상가의 가장 큰 차이다. 본질주의적 시각은 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뚜렷한 관점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자는 그 하나의 가치를 '인仁'으로 여겼다. 따라서 인간은 '인仁'을 추구해야 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본질이 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노자는 이 세계를 보는 하나의 관점이나 가치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인仁'이나 다른 어떤 가치 때문이 아니라 인간 주변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과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인간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관계'라는 단어는 본질론자들도 쓰는 단어다. 하지만 본질론자들이 쓰는 '관계'와 관계론자들이 쓰는 '관계'는 뜻이 다르다. '실체로 존재하면서 관계적으로 산다는 의미', 이것과 저것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것'(157p)이 본질론자나 실체론자 즉, 공자나 데카르트가 말하는 관계다. 반면에 노자가 말하는 관계는 '이것 자체가 관계로 되어 있고 저것 자체가 관계로 되어 있다'(157p)이다.

  사랑도 관계론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겨서 깨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랑은 사랑하지 않아서 깨지는 게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깨지기도 합니다. 너무 사랑해서 하루에 전화를 수십 통씩 해야 하고, 문자는 바로바로 답이 와야 하고, 모든 것을 서로 공유해야 하고, 무엇을 하는지 하고 싶은지 서로 다 알아야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캐묻다가 결국 사랑에 금이 가게 되지요.'(207p)  '사랑은 자주 연락하는 거야.'라든지 '사랑은 서로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라든지 어떤 식으로든 사랑을 정의하고 사랑의 본질 찾아서 그대로 적용하려 하면 탈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관계론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해서 결론적으로 인간이 살면서 겪는 갈등이나 문제들이 관계론적 사고가 아닌 본질론적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는 관계론적 사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각 장 중간중간에 사람들의 질문에 저자가 직접 답을 하면서 노자의 사상을 어떻게 실생활에 연결시키는지 설명해준다. '바람직한 일과 바라는 일 중에 선택하기'(81p)라든지 '솔직하면 가벼워진다.'(220p) 또는 '미래는 현재가 쌓여서 이루어진다.'(260p) 등 살면서 공감할 만한 고민들과 주제들을 노자 인문학으로 또는 저자 자신의 견해로 설득력 있게 써놨다.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적지 못했다. 좀 더 유연한 사고를 원하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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