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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May 02. 2017

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 민음사

★★★★

  기간: 2017.4.27~5.1

  한 줄 댓글: 괴테의 세밀한 심리묘사에 누구나 공감하고 감탄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이 떠올랐다. 작가와 쓰인 시기가 다르지만 두 작품은 '사랑'과 '공감'이라는 주제에서 많이 닮았다. 괴테와 알랭 드 보통 두 작가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만한 이야기를 놀라운 관찰력과 통찰력을 발휘하여 글로 써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남녀가 연애 초창기부터 연애가 끝날 때까지의 각자의 심리와 상황들을 정말 세밀하게 잘 묘사했다. 특히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서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들은 연애소설을 철학책으로 느끼게끔 만든다. 반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첫사랑이나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심리묘사들이 들어있다. 이 작품이 1774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니 약 250년이 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독자 마음속에 큰 공감과 위로를 준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

  괴테는 25세 때 이미 약혼자가 있었던 샤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다가 절망한 후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친구 예루살렘이 남편이 있는 부인을 사랑하다 결국 자살까지 하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겪게 된다. 괴테는 그 두 체험을 통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명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품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자신의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를 빌헬름이 후에 엮었다는 개념이다. 작품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나중에 빌헬름이 잠깐 등장하며('편자로부터 독자에게'라는 부분에서) 자신이 베르테르에게서 받은 편지를 엮게 된 이유를 말한다.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라고 느낄 정도로 사실감을 잘 부여했다.

  베르테르의 편지는 1771년 5월부터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1772년 12월까지 있다. 약 1년 8개월간의 편지에서 주 내용은 당연히 로테에 대한 이야기다. 로테와 처음 만나는 순간 베르테르는 로테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내 정신은 그러나 완전히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에 쏠리고 있었다.'(36p) 베르테르가 로테의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빠진 것이 아니다. 마차에서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생각과 지적인 모습에 더욱 깊이 빠진다. '이런 이야기를 그녀가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를 얼마나 황홀하게 쳐다볼 수 있었는지 모른다. (생략) 나는 로테가 한 이야기의 훌륭한 내용에 감동되어서 그녀의 말을 몇 번이나 헛들었는지 모른다.'(39p) 베르테르와 로테는 파티에서 같이 춤도 추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가까워진다. 하지만 로테한테 이미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당황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직 약혼이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로테에게 접근하지만 로테가 약혼자인 알베르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그 마을을 떠난다. 로테를 잊기 위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사귀어 보지만,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에 실망하고 다시 로테를 그리워한다. 결국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로테에게 돌아왔으나 그들은 이미 결혼을 한 상태다. 더욱 절망에 빠진 베르테르는 결국 자살로 삶을 마무리한다.


  위 내용이 작품의 줄거리다. 줄거리만 봐서는 그렇게 대단할 게 없어 보이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심리 법칙까지 만들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평소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인물이 자살을 하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신도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을 읽고 베르테르와 자신을 동일하게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베르테르의 옷차림(노랑 조끼에 파란색 상의)을 따라 하고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 시도까지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 대기업은 로테의 이름을 따서 기업의 이름을 짓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까? 직접 읽어보니 그 이유는 단순하다. 베르테르의 심리 묘사가 정말 세밀하기 때문이다. 줄거리만 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느껴지지만 직접 읽으면서 베르테르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라고 느끼며 베르테르한테 깊은 동정과 공감을 하게 된다. 내가 크게 공감한 부분을 몇 개 소개해보겠다. 우선 베르테르가 로테한테 사랑을 받는다고 느꼈을 때의 감정을 묘사한 부분이다. '나를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된 이후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가 되었는지 모른다.'(63p)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것만큼 큰 기적은 없다. 그걸 괴테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 기쁨은 내 존재 자체에도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고 올바른 자존감에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랑받게 됐을 때는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로테를 너무 자주 만나지는 않겠다고 나는 벌써 몇 번이고 결심을 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지켜질 수 있을는지! 나는 매일 유혹에 못 이겨 나가면서, 내일은 가지 말고 집에 머무르겠다고 스스로 굳게 다짐해 보곤 한다. 그러나 막상 날이 새고 그 내일이 오면, 나는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찾아 어느 결에 그녀 옆에 와 있는 것이다.(68~69p) 이 구절을 보면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봤을 때 연애까지 성공하는 것이 왜 어려운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일명 '밀당'에 실패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과 행동 모두 조심하게 되고 모든 초점이 그녀(그)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내 매력이 빛을 바랜다. 나쁜 남자가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나쁜 남자란 이성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앞에서나 이런 게 가능하지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외에도 로테가 알베르트가 아닌 자신과 결혼했으면 더 행복해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 자신은 로테의 눈동자만 봐도 행복한데 알베르트는 자신이 행복한 만큼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화가 난다고 하는 부분 등 베르테르의 심리묘사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나는 이 작품을 사랑으로 아픔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행복한 사랑을 하고 있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사랑이 아프게 끝난다면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다고 아프게 끝나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니다. 아픈 사랑을 겪고 나서 읽어야 베르테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예방주사 같은 작품이 아니다. 아플 때 병원에서 처방받는 주사 같은 작품이다. 베르테르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실컷 함께 슬퍼하면 본인의 슬픔이 조금은 건전하게 해소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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