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 and R Jul 14. 2017

15~19. 『개미』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기간: 2017.6.18~27

한 줄 댓글: 길 가다 마주치는 개미들에게 내 나름의 이야기를 부여하게 됐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책이다. 1부 한 권, 2부 두 권, 3부 두 권. 총 다섯 권이다. 시작할 때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양이었다. 이걸 한 번에 독후감을 쓰려니 막막하다. 이 책을 다 요약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렇게 양이 많은 책을 어떤 힘으로 완독 했는지 밝혀야겠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재미와 의미가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총 3개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미 사회, 인간 사회, 에드몽 웰즈의 백과사전. 개미 3부작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개미들은 인간의 기술과 지능을, 인간은 개미의 사회성을 배우려고 한다. 그 가운데 가미된 판타지적인 요소들은 이 작품에 흥미를 더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개미의 페로몬을 해석하고 화학 작용 기계를 만들어 개미와 대화를 하고, 살충제를 만드는 사람들을 개미 로봇으로 살해하기도 한다. 또 인간들 중에는 개미 사회를 광신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반면에 개미 사회에는 인간을 신이라 생각하며 추종하는 개미들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백과사전의 역할은 무엇일까? 여기서 말하는 백과사전이란 이 작품에서 에드몽 웰즈라는 작중 인물이 지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말한다. 백과사전은 인간 이야기와 개미사회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끼어들며 등장한다. 그때마다 백과사전의 지식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런데 백과사전에서 소개하는 지식들이 마침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백과사전이 꼭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설명해주는 화자처럼 느껴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책도 3부작이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도 총 3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개미』 3부작에서 핵심 주인공은 매번 다르다. 그때마다 주인공들은 어떤 신기한 루트를 통해 에드몽 웰즈의 백과사전을 얻는다. 그들은 이 백과사전을 읽으며 개미사회를 추종하기 시작한다. 근데 주인공들이 백과사전을 읽는 것과 내가 『개미』라는 작품을 읽는 것이 똑같은 행위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해서, 내가 『개미』3부작을 읽는 것이 아니라 꼭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탁월한 이야기 꾼이다. 주인공 개미들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개미 사회의 묘사를 읽다 보면 실제로 개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나에게는 중요한 변화가 하나 일어났다. 길을 가다가 개미를 마주쳤을 때 '쟤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에는 개미를 봤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개미가 한 두 마리만 보여도 그 개미가 꼭 인간을 연구하러 오는 개미처럼 여겨진다. 개미 떼를 보게 되면 횡재다. 그들이 난쟁이 개미들과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지렁이의 뱃속으로 들어가 개미산을 쏘고 위턱으로 물어뜯으며 지렁이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개미를 마주칠 때마다 내 상상력이 작용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내 서재에 계속 꽂혀있는 한 개미를 우습게 여기지는 못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14.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흐름출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