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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Nov 21. 2017

28.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 예담

★★☆

기간: 2017.10.13    

한 줄 댓글: 독서에 재미를 붙여라. 단, 오래 걸린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독서 가치관을 담은 책이다. 영화평론가 중 방송에 가장 노출이 많이 된 평론가다. 가장 유명한 평론가이니 스타 평론가라고 해도 되겠다. 어릴 때 TV를 보며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자주 봤다.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를 설명할 때는 이동진 평론가가 별점을 높게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본 기억이 있다. 그가 준 별점에 만족한 기억보다 실망한 기억이 더 많다. 영화 설명은 굉장히 재미있게 해놓고, 완성도가 부족하다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별점을 2개 반 밑으로 주는 걸 많이 봤다. 한때는 '영화평론가는 원래 별점을 짜게 주는 직업인가 보다, 그래야 남들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보이니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별점에 대한 논거는 설득력이 있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철학적 주제라든가 시대적 배경 같은 것을 설명할 때는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통찰력에 놀라곤 했다.

    해박한 지식의 출처가 책일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1만 7천여 권이나 되는 책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책에 대한 애착이 어마어마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O tvN의 <비밀 독서단>이라는 프로에서 책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영화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애정과 지식도 정말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시에 그가 어떻게 책 소개 프로그램에 섭외가 됐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찾아보니 그는 2013년부터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가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수십 년을 독자로 살아오면서 터득한 독서 방법에 대해 소개한 책이 『이동진 독서법』이다. 이 책은 그의 팟캐스트 제목처럼 빨간책이다.


    제목이 '독서법'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하지는 않는다. 독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나름대로의 답을 써놓은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목적 독서'와 '재미 독서'다. '목적 독서'라는 범주 안에는 정보획득이나 지적 허영심 등이 있다. 저자는 '목적 독서'를 지지한다. 하지만 '목적 독서'만으로는 책을 오래 읽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오로지 재미만이 독서를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목적이 사라지면 독서를 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지속적이지 않죠.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책을 읽는다면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래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20p)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독서다. '저는 영화평론가이지만 영화를 매일 집중적으로 많이 보게 되면 일종의 체증이 생깁니다. 영화를 보는 제 일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3편 이상 보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매일 12시간씩 한 달도 읽을 자신이 있어요. 그래도 전혀 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p) 그렇다면 독서를 이렇게 좋아하는 저자가 특별한 경우 아닐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게임이나 운동, 드라마나 영화 보기 등이 더 재미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것들의 재미에 동의하면서도 이런 것들의 재미와 독서의 재미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몸에 안 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수록 처음부터 재미있어요.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 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독서가 그러한데요, 책을 재미로 느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있습니다.' (21p) 즉, 재미의 진입장벽이 다르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것일수록 그 재미가 진정한 재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진입장벽을 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될까? 저자는 완독에 대한 압박감이나 필독서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재미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33p)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붙잡고 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아닌 책을 필독서라는 이유로 억지로 읽는 것은 독서의 재미를 해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진입장벽을 넘기 전에 지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논리가 약간 부족하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재미를 유지하는가. 재미를 유지한다는 것은 일단 재미가 생긴 후에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목적 독서'는 지치니 '재미 독서'를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재미 독서'로 가기 위해서는 '목적 독서'를 통해서 단위 시간을 넘겨야 한다. 저자는 독서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의 재미와는 다르게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길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단위 시간은 무엇으로 넘긴다는 말인가. 결국 '목적 독서'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읽기 편한 단편 소설을 읽거나, 자신이 얻고자 하는 정보를 책에서 찾으려고 노력하고 또 지적 허영심에 도취되어서 읽는 것이 쭉 이어져 '재미 독서'로 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목적 독서'는 지치니 '재미 독서'를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할 뿐이다. 하지만 '재미 독서'로 가기 위해서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논리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는지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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