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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Apr 06. 2018

29.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

기간: 2018.3.16~28

한 줄 댓글: 인간의 조건은 무엇?

    제목부터 철학적이다. '인간 실격'. 인간이 되는  자격과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인간 실격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인간은 꼭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존재 자체로 인간일 수는 없는 걸까?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본질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런 기대감과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주인공 요조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고, 이웃 사람과 대화를 못 나눈다. 남들이 자신한테 반하는 것을 끔찍하고 천박한 일로 여긴다. 즉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과는 다른 것을 느낀다. 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다른 점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조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택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17p) 익살이라는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감춘다. 수업 시간에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한다거나 작문 숙제로 '가래 뱉는 항아리에다 오줌을 누어버린 실패담을 짐짓 슬픈 필치로 써서 제출했습니다.'(24p)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익살 뒤에 숨으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실수로 튀어나왔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것마저 익살로 생각해서 웃어 넘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조의 이런 익살이 모두에게 먹히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딱 두 명한테 들킨다. 학창 시절 동기인 다케이치. 그리고 정사(情死)로 인한 자살방조죄로 조사받을 때 만난 검사. '그 일과 이 일, 이 두 가지는 제 생애의 연기 중 대실패의 기록입니다.'(73p) 이렇게 들키게 됐을 때 요조는 콱 죽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들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요조는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사는 요조가 세상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적도 있다. '남들이 보면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였을 터인데도 '세상'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가게 단골손님들은 저를 요조, 요조하고 부르면서 무척 다정하게 대해줬고 술까지 마시게 해주었습니다. (...) 세상이라는 곳이 그렇게 무서운 곳은 아니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98p) 요조를 편견 없이 바라보니 요조도 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의 조건과 자격 즉, 본질은 가면인 것이다. 가면은 타산과 체면이다. 타산과 체면이라는 가면을 쓰는 것이 인간이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다. 하지만 요조에게는 그런 가면을 쓰는 것이 힘이 든다. 결국 요조는 이방인으로 구별되어 정신병원에 갇힌다.


    인간 모두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자신의 정체성에 반하는 가면을 쓰고도 적응력이 좋아서 별문제 없이 잘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별문제 없이 잘 살아갈까? 우리 중에 요조 같은 인물은 없을까? 정체성에 위배되는 것이 몹시 힘들고 괴로운 사람이 없을까? 정체성을 꾹꾹 누르고 살다 보니 익명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나 한 번 보고 말 사이인 사람들한테 갑질을 하고 모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지인들과 갑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저러지 않는 사람들이고 저렇게 갑질 하는 사람은 도대체 인성이 어떻게 된 것이냐'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인들과 있을 때 하는 행동과 모르는 사람들과 있을 때 하는 행동이 다르다. 이 격차가 너무 커지면 정신분열이 온다. 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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