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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Apr 11. 2018

30. 『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

기간: 2018.3.28~4.5

한 줄 댓글: SF소설이지만, 아련하다.

    복제인간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중고등학교 도덕 시간에 걱정하고 고민해봤던 윤리적 문제들이 떠오를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창조해도 되는가?'라는 복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부터 '복제를 허용했을 때 그것을 군사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가?' '제재를 가한다면 그 선은 누가 정하는가?' '기존 인간과 복제되어 태어난 인간 사이에 예상되는 갈등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윤리적 문제들을 심도있게 다루는 작품이 아니다. 이미 장기 이식만을 목적으로 복제되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회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장기이식을 목적으로 인간 복제를 허용했는지는 작품 마지막에 짧게 나올 뿐이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이 작가를 그때 처음 알았다. 노벨 문학상 발표가 난 그 다음주에 바로 이 책을 샀지만, 약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었다. 1주일에 걸쳐서 읽었다. 이 책이 1주일이나 걸린 이유는 시작 부분에서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독자에게 말하듯이 진행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청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품 속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배경 설명을 정확히 하지 않고 시작한다. 처음에 '간병인', '기증자' 이런 단어를 보고 복제 인간이 아닌 장기 기증을 떠올렸다. 화자가 말하는 단어나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의문이 생기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이 묘미임을 책 중반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1부에서 던져놓은 상황과 단어들을 2부, 3부에 걸쳐서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1부를 읽는데 3일이 걸렸고, 2, 3부를 읽는데 이틀도 채 안 걸렸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화자 캐시와 그녀의 친구인 루스와 토미가 주인공이다. 모두 헤일셤 출신 복제인간이다. 헤일셤 출신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것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은 헤일셤에서 성장하여 간병인으로 조금 살다가 기증인이 되어 죽을 때까지 기증을 해야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근원자가 누구인지, 사랑과 기증 유예의 관한 루머가 진실인지, 또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예술품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추적해간다.

    'Never Let Me Go / 나를 보내지 마'는 캐시가 좋아하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나를 보내지 마'라는 말이 꼭 자신을 기증하는 곳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 같다. 물론 캐시가 그런 감정으로 그 노래를 좋아했던 건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캐시 또한 무의식 중에 그런 가사에 공감했기 때문에 그 노래를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작가가 제목을 '나를 보내지 마'로 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 작품은 SF소설이다. 하지만,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보다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아련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기증이라는 목적을 가진 복제 인간들의 사랑과 삶을 향한 애착과 죽음을 보며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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