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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Nov 06. 2017

진정한 욜로(YOLO)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올해 우리나라에 유행하기 시작한 단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누가 모르는가. 이 말이 유행한 이유를 알려면 속 사정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20, 30대들은 최악의 취업난과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나도 20대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떨어져 있어서 몸소 느끼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되니 공무원 경쟁률만 치솟고, 취업이 안되니 연애와 결혼은 자연스럽게 미루고 포기하게 된다. 취업 하나가 청년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사실 나도 현실감각이 조금만 있었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있지 못했을 것이다. 가진 것도 없고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는 내가 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욜로라는 단어는 청년들이 소비를 늘리는데 용기를 준 단어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그런데 지금 이렇게 안 먹고, 안 쓰고 아껴서 뭐하게? 현재를 즐겨. 돈을 써! 지금 당장 행복한 게 더 지혜로운 거야. 그러니까 여행도 다니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욜로라는 말 자체에는 소비를 늘려야 된다거나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 청년들은 욜로를 이렇게 해석하고 반응했을까?

    욜로가 유행하기 전 청년들의 상황을 한번 보자. 우리는 여느 시대 청년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취업준비를 한다. 지금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취업한 미래를 생각하며 버틴다. 하지만 취업은 점점 힘들어진다. 여기에 더해서 있는자들의 자식들이 뒷문으로 쉽게 취업하는 부조리를 본다. 미래에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보며 현실을 버티던 청년들이 절망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절망에 빠진다. 이때 누군가가 '인생은 한 번뿐이야!'라고 외친다. 그때 한 청년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 왜 이러고 살지? 지금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어차피 미래도 확실하게 보장된 게 아닌데.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지금 즐기며 사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입고 싶은 옷도 사 입고, 멋지잖아!' 욜로족이라고 자처하는 청년들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극단적인 상황을 한 번 가정해보자. 모두가 욜로족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 벌어 오늘 하루 먹고 즐기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다 자괴감과 무력감이 찾아온다. 이때 누군가가 '인생은 한 번뿐이야!'라고 외친다. 그때 오늘만 위해 살던 한 청년이 생각한다. '나 왜 이러고 살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인생은 한 번 뿐인데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 걸까? 의미 있는 일을 찾자. 그리고 거기에 내 열정을 쏟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욜로에는 현재를 즐기라는 뜻도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살라는 뜻도 없다. 욜로가 소비 진작의 형태로 나타난 것은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위해 살았는데 미래가 절망적일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반대 상황이었다면 반대의 반응이 나왔을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누군가 이렇게 반응할 때 대다수가 본인의 생각 없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이 이렇게 힘든 것은 별생각 없이 평생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나오면 다 잘 될 거라는 말을 믿고 20년 넘게 살아왔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상황에서 욜로가 유행하니 또 그게 맞다 싶어 따라 한다. 누군가 욜로를 외치며 소비를 늘리고 여행을 다니자 저게 또 인생의 진리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욜로족을 자처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런 처참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다행히 욜로족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보고 그뤠잇한 인생이 대세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뤠잇이란 자신의 형편과 처지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김생민 씨의 주관이 개입된 합리성이긴 하지만, 별생각 없이 욜로족을 자처하던 청년들에게는 필요한 합리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욜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오늘만 살 것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100살까지 살 것처럼 살 것인가? 나는 그 답을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찾았다. <1일 1독 프로젝트>라는 매거진에 독후감을 썼기 때문에 자세하게 쓰진 않겠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의사 폴 칼라니티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록해놓은 책이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10년이 남았을 때 할 일과 1년이 남았을 때 할 일, 그리고 3개월 남았을 때 할 일을 생각한다. 의사로서의 일과 글을 쓰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그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한다.

    폴 칼라니티의 이런 삶의 자세가 진정한 욜로가 아닐까 싶다. 욜로라는 말은 단지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말을 현재의 청년들이 현재에만 초점을 맞춰서 쾌락주의처럼 소비만 늘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반대로 미래에만 초점을 맞추고 사는 것도 건강한 삶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나 미래 어느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서는 안 된다. 남은 인생이 10년일 때, 1년일 때, 3개월일 때 하고 싶은 일은 다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하는 것이 진정한 욜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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