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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Nov 07. 2017

독서하는 이유

생각하는 삶

    우리는 왜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왜 매년 새해 계획에 독서를 넣을까? 어렸을 때부터 독서의 필요성과 탁월함에 대해 많이 들었다. 보통 이런 식이다. '책 많이 읽어야 돼. 그래야 아는 것도 많아지고, 나중에 공부도 잘할 수 있어.' 여기서 말하는 독서의 탁월함은 지식 증가와 이해력 상승이다. 독서를 많이 하면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지식 증가에 있어 독서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독서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공부가 따라다닌다. 독서를 많이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식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아는 것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이해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어떤 공부를 하던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연초에 새해 목표를 세울 때, 운동, 외국어 공부와 더불어 독서가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공부 자체도 힘들고 지루한데 독서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 독서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다. 결국 독서가 실제로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동진 독서법』을 읽었는데, 이동진 씨는 독서하는 이유가 재미여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를 할 때 재미가 아닌 다른 이유를 갖는 것은 '목적 독서'라는 것이다. 재미만이 독서를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동진 씨의 말에 따르면 어렸을 적 내가 들었던 독서에 대한 말들은 '목적 독서'다. 책 읽는 게 재미있다는 말은 누구도 해주지 않았다. 심한 경우에 책을 읽지 않으면 바보가 되고 학교에서 뒤처질 거라는 협박까지 들었다. 사실 독서에서 재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이동진 씨도 자신의 책에서 밝히고 있지만, 독서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독서에서 느끼는 재미는 진입장벽이 크다. 

'몸에 안 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수록 처음부터 재미있어요.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 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독서가 그러한데요, 책을 재미로 느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있습니다.'
『이동진 독서법』21p

    독서가 처음부터 재미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독서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고행 같은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고행 같은 시간은 무엇으로 보낼까. 결국 '목적 독서'밖에 없다. 정보 획득이나 지적 허영심이 '목적 독서'로 적절할 것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고,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목적 독서'로 출발해서 고행 같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재미 독서'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이런 '목적 독서'마저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그 정보가 단편적인 내용만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정도 수준에 만족한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의 정확한 출처와 논리 전개 과정까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얻는 정보는 결과 위주의 정보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는 이런 결과 위주의 정보들만 알아도 된다. 요즘엔 이런 정보들을 빠르게 습득하지 못하면 오히려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는 것이 비경제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다.

    AI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결을 통해 AI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봤을 것이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고, 미래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AI한테 뺏길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과 가장 늦게 사라질 직업을 보며 불안해하거나 안심한다. 그러나 AI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학습을 하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했으며 과학자들이 AI를 왜 연구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 단편적인 대화밖에 할 수 없다. '어떤 일자리가 제일 먼저 사라진다더라, 이번에는 AI가 스타크래프트라는 컴퓨터 게임으로 프로게이머와 대결했는데, 다행히 프로게이머가 다 이겼다더라, 그러니 아직 AI가 우리 일자리를 뺏으려면 멀었다.' 이런 식의 대화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대화에 머문다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

    우리들은 더 이상 정보의 출처와 과정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결과 위주의 단편적인 정보만 찾고, 그런 대화만 하다 보니 깊은 정보 즉, 정보의 출처와 과정에 대한 정보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들었을 때, 스스로 그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힘이 없다.


    우리는 단편적인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일명 짤 정보들이다. 짧은 글이나 편집된 동영상, 그리고 캡처된 사진을 통해 정보를 접한다. 이런 짤 정보들은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왜곡되어있을 가능성이 크고, 또 스스로 그 정보를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 정보의 진실성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긴 텍스트를 읽으며 그 정보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라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왜 힘든가. 생각하지 않아서다. 남들이 이 길이 맞다고 하고, 남들이 다 가니까 그 길을 간다.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취직하는 길. 그런데 웬걸 이 길은 모두 죽는 길이다. 아니면 정말 소수한테만 허락된 길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미 조금 늦은 것 같다. 이제 와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하니 사회에서는 또 그러면 안된다고 말한다. 현실을 보라고, 안정적인 게 답이라고. 그런가 보다 하고 이번에는 공무원으로 몰린다. 올해 서울시 공무원 경쟁률은 86:1이다. 그러다 누군가 욜로를 외친다. 또 그게 맞는가 싶다. 인생 한 번뿐인데, 즐기자고 생각한다. 열심히 소비한다. 그렇게 힘껏 소비하고 나서는 답이 보일까? 잠깐 동안의 현실 도피일 뿐이다. 그러다 요즘엔 그뤠잇을 외친다. 합리적인 소비가 답이라는 것이다. 그 합리적이라는 것은 누구의 기준인가.

    누군가 어떤 주장을 할 때,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나한테 적용될 수 있는 주장인지는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왜?'라고 한 번쯤은 물어봐야 한다. 나를 설득하지 않고 그 주장과 정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짤 정보에서 탈출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주체적으로 살 수 없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생각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이런 주장도 식물인간이나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각이 다른 종과 인간을 구별하는 특별하고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하길 포기한 사람은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주장에 끌려다니는 노예가 되는 것이다. 책을 읽자. 단편적인 정보에 만족하지 말고, 그 정보의 흐름과 맥락을 궁금해 하자. 그리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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