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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Nov 09. 2017

이중잣대

내로남불

    이중잣대란 유사한 상황에 대해서 다른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중잣대는 '나의 행동은 관대하게 남의 행동은 엄격하게' 판단할 때 주로 나타난다. 요즘에는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인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고 해보자. 그때 그 사람은 자신의 바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바람을 불륜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로남불이다. 남이 하면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하면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중잣대는 모순이 있는 판단 기준이다. 그렇다면 이중잣대는 대체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나는 관대하게 남은 엄격하게 판단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이중잣대는 왜 생기는 것일까?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민음사 (18p)에서 나타난 이중잣대를 한 번 살펴보자.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좌절과 혼란의 연속인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82년생에 태어난 여자 이름 중 김지영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책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고 한다. 

    소설 속 김지영은 추석을 맞아 남편과 함께 시댁으로 간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김지영은 가끔 다른 사람이 빙의된 것처럼 말투와 행동이 바뀐다. 사건은 추석 당일날 발생한다. 추석 당일날 김지영 남편의 여동생이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여동생 입장에서는 친정으로 온 것이다. 여동생은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느라 힘들었는지 친정으로 오자마자 뻗어 버렸다. 그 모습에 김지영은 정신병이 다시 도진다. 김지영에서 친정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에게 정서방이라고 부르며 엉덩이만 한 번 붙였다 가지 말고 이번 명절에는 좀 일찍 오라고 한다. 또 시어머니에게는 사부인이라고 하며 딸이 명절마다 몸살을 앓는다고 말한다. 이때 시아버지가 김지영을 나무란다. 어른들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우리 가족이 다 모이는 게 1년에 몇 번이나 된다고 그렇게 불만이냐고. 이때 김지영의 말이 일품이다.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 저희 집 삼 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 같이 얼굴 볼 시간 없어요. 요즘 젊은 애들 사는 게 다 그렇죠.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주셔야죠."(『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 18p)

    시아버지의 이중잣대를 김지영이 정확히 꼬집었다. 시아버지가 이렇게 말한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이중잣대로 판단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나온 경우가 아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 과정에서 이중잣대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자신의 딸만 딸인 상황. 며느리도 한 가정의 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상황. 이게 바로 이중잣대의 한 예다.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적인 성찰과 이타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또 우리가 이중잣대를 자주 사용하는 때가 있다. 말다툼을 할 때다. 말다툼 상대가 자신의 말을 오해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동시에 자신은 말다툼 대상의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와 숨은 뜻까지 파악하려고 한다. 이런 부분을 잘 표현한 책이 있어서 소개한다. '어머니한테는 제가 한 말들을 문자 그대로 이해해 주고 실제로 한 말만 가지고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어머니가 한 말의 어조며 전후 맥락이며 숨은 의도까지 꼬치꼬치 따져서 최대한 과민하게 해석하고 반응하게 하거라. 물론 어머니 편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게 해야지. 그러면 말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각자 자기 잘못이 없다고 굳게 확신하거나,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확신에 가까운 믿음으로 등을 돌리게 될 게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S. 루이스-홍성사 31~32p) 이 책은 삼촌 악마가 조카 악마에게 사람들을 어떻게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인지 쓴 편지 형식의 책이다. 이 부분에서는 이중잣대를 적극 활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물론 대화에서 언어적 요소보다 중요한 것이 비언어적 요소다. 문제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에서 언어적 요소만 파악해주길 바라면서 자신은 상대방한테서 비언어적 요소까지 꼼꼼하게 본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이중잣대다. 서로 언어적 요소만 보던가, 자신의 비언어적 요소도 허용하던가 해야 한다.

    하지만 대화에서 비언어적 요소가 빠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능한 때는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글로 써서 말을 주고받을 때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것마저 힘들다. 다양한 이모티콘과 채팅 방식의 발전으로 글로 써서 대화할 때조차 비언어적 요소가 담긴다. 자신의 비언어적 요소가 상대방에게 파악된다는 것을 알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의 비언어적 요소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중잣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인간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이중잣대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이 혹시 이중잣대로 그 문제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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