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아가와

by 달하

나와 아가는 모든 날의 초대를 좋아하지만 특히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는 특유의 장난 어림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가 그 초대를 거절할 일은 만무하다.

밖에 비가 오네? 하늘이 금방 캄캄해졌다.

하늘은 보란 듯이 검은 바탕을 드러내고 물들에 반사된 네온사인들은 더욱 쨍하다.

추위에 준비가 되지 않으면 비의 초대를 무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10월 인대도 겨울 외투를 챙겨 입고 겨울 모자를 하나씩 써본다. 각자의 우산을 하나씩 챙겨 나간다. 아가의 파란 우산에는 귀가 뾰족 나있다.


우산을 쓰고 비 오는 길로 나가는 것은 다른 세계로 뛰어드는 느낌이다.

아가가 매일 꿍꽝꿍꽝 하며 찾아 걷는 연석은 도드라지게 미끄러워 보이지만 그 위를 걷는 아가는 느슨한 마찰에 신나 보인다. 연석 끝에 다다라 물 웅덩이에 발을 첨벙 댄다.


발 다 젖었겠다!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엄마도 한번 해보란다.

그래 나도 그럼 한번.

웅덩이에 고인 물을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본다. 아가도 따라 손가락을 물 웅덩이에 넣고 휘휘 젓는다.

물에 떨어진 솔잎들이 아가의 손가락 사위에 맞춰 뱅글뱅글 춤을 추다 작은 손가락 사이에 붙어 따라온다.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까르르 웃는 아가를 보고 나도 웃는다.


아가는 곧 일어나 우산 끝으로 땅을 박박 긁으며 걷다가 이내 휙 우산을 내동댕이 친다.

겨울 모자 위로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감기 걸리겠다!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가는 꽃을 향해 내달린다.


컴컴한 하늘에 불이 번쩍.

아가는 깜짝 놀라 두 눈이 둥그레진다. 저러다 곧 콰광 한다는 걸 그도 알고 있다.

천둥이 오려나 봐.

비와는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비의 다음 초대를 기약하며.

그날을 위해 노란 우비를 한쌍 준비하는 마음이 솔잎처럼 뱅글뱅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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