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아다니던 때

우리에게도 초능력이 있었다

by 달하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작은 사람을 들어 안아 문 밖을 나서다가 문득,

'아 나도 이렇게 엄마품에 안겨 날아다닐 때가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에게 안겨 마치 초능력을 부리던 것처럼 우리들은 모두 날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맞아, 엄마 아빠가 나에게 초능력을 주신 분들이다.




어린 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새벽 온라인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매주 금요일 새벽 6시. 온라인으로 아기 엄마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모임 책은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였고 우리들은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발제문에 맞춰 글을 쓰고, 몇 주간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시절 주로 함께 했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부터 그들과 함께 했던 기쁨과 슬픔까지.

이런저런 질문들에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 우리 부모님은 뭐 특출한 게 없네......

문득 나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특별히 잘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산림직 공무원으로, 외벌이 남편으로, 세 아이의 아빠로, 한 집안의 2대 독자이다. (다섯 명의 누나가 있다)

엄마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세 사이의 엄마로, 현재는 10년 이상 근속하는 알로에 제품 판매원이다.

부모님의 프로필을 살피다 보니 뭐 눈에 띄는 단어가 없었다.

속이 상했다.

그들이 특별하지 못해 속이 상했고,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음에 더욱 속이 상했다.

모임이 끝나고 엄마와 아빠의 프로필을 다시 살폈다.




아빠와 엄마에 대해 적어둔 종이를 뚫어져라 보다 보니, 아빠의 프로필에서 명사들 사이에 숨어있던 어떤 문장이 쏙 얼굴을 내밀었다.

산림직 공무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수십 년을 일하며, 매일매일 묵묵히 일터로 향하던 사람.

외벌이로 자식 셋을 먹이고 입히고 키워낸 사람.

그 아래 엄마의 프로필에서는 한 여자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영문학과를 다니다 의사가 되겠다고 난데없이 선언한 딸을 위해 한해 천만 원이 넘는 학비를 살뜰히 모으고,

매일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딸의 귀가를 기다리다 거실에서 졸며 신문을 넘기던 사람.


명사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모습을 나는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었을까?




우리 집의 작은 사람을 데리고 친정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 표현이 서툰 아빠도 머리에 꽃을 꽂고 엄마와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신다.

아가가 틀어놓은 노래에 맞춰 아가와 친정 부모님과 나와 남편까지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춤을 추는 우리들의 모습이 정지 화면이 되어 내 기억 속에 저장된다.


엄마, 아빠에게 안겨 날아다니던 시절.

그때 그들이 나에게 심어준 초능력으로 나는 자라나 지금의 내가 되었을 테다.

또한 그들은 나에게 새로운 작은 사람을 키워낼 초능력을 주셨다.

우리도 날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 힘은 바로 그들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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