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白川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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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라카와고에 가는 날이다!
예전부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말하자면 약 16년도 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시라카와고를 가기 위해서는 11Km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가야 했다.
길이를 듣고는 놀란 것도 잠시 터널을 지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답답함은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맑은 공기가 우리는 반겨왔다.
산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시라카와고다.
시라카와고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전통가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관광안내소의 모습이었다.
비교적 외부인들에게 알려진 것도 발견된 것도 오래되지 않은 곳인 이 마을은 발견 당시에도 옛날 방식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마을 지도에서 볼 수 있는 흰색을 띠는 물줄기는 시라카와고(白川御)라는 이름의 유래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나는 안내소 앞에 자리하고 있는 기념품 가게에 곧바로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는데, 전통 가옥을 그대로 살려 만든 가게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모습은 누구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모습이었다. 나는 결국 관광을 하기도 전에 기념품을 먼저 사고 말았다. 사실, 이런 일이 놀랍지만은 않지만. 그리고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은 사루보보 인형이었다.
나는 사루보보 인형이 들어있는 작은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이 신비로운 마을 안으로 발을 들였다. 가옥들을 살펴보면 특히나 지붕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붕을 경사가 급한 합장(갓쇼) 양식으로 만들었으며, 그 모습이 마치 합장을 한 모양새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치 동화 속 작은 마을에 들어온 기분이 드는 이곳은 눈이 쌓이는 시기가 오면 훨씬 신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 또한 눈이 소복이 쌓인 사라카와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꿈꾸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겨울이라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무튼 이곳의 가옥들은 실제로 마을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체험관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어서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도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꽤 규모가 있는 가옥이 관람관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한가운데 있는 화로의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은 가옥은 유료관람으로 안 쪽에 카운터가 있었고, 가옥은 2층이라기보다는 복층이라고 하는 게 맞는 듯한 공간으로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바닥 쪽에 틈새를 만들어 아래층 화로의 온기가 올라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지붕 안 쪽에는 당시 사용되었던 어마무시한 칼이나 도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끝 쪽으로 걸어가면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있고, 밖의 풍경을 지붕사이로 감상할 수 있었다.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이지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세계로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멍하니 한 겨울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과 집들 사이사이에 있는 호롱불이 은은히 비추는 마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시아에도 산타클로스의 마을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짧지만 깊었던 감상을 뒤로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자 마을 사이사이에는 논밭에 물을 이어주는 수로가 눈에 들어왔다. 수로에는 물이 얼마나 맑은 지 증명이라도 하듯 커다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깨끗하게 보인다.
당시에도 관광객들이 꽤나 많은 편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편이어서 그런 지 굉장히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때도 마을 밖의 큰 길가로 나오면 나름 시내 같은 분위기가 풍겨왔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오기 전 대학선배들과 다녀왔던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 떠올랐는데 아마 분위기가 비슷해서 인지 왜인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날씨는 춥지만 내 기분은 포근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게 다 아름다웠다.
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하룻밤 정도 묵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그곳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산속은 해가 빨리 진다는 걸 잊고 있던 우린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어둠에 잠시 당황하고는 어두워지기 전에
시라카와고의 - 말 그대로 하얀 강을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다가가 보이는 강은 강이었고, 글자대로 하얀빛이 돌기는 했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긴 다리의 풍경은 나름 볼 만했는데,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집들이 모여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진들을 담아왔고, 살면서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곳 중 하나인데 - 이런 문장도 덧붙였다. 그렇게 따지면 다 가봐야 한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자면 평생 돌아다녀도 가봐야 할 곳들이란 곳을 다 못 가본다니까.
게다가 해외여행이라고는 주야장천 일본만 찾는 우리가 할 얘기는 아니지.
아무튼 우리는 또다시 위쪽을 향해 달렸고, 이어지는 멋진 설산의 풍경에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러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느니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찍찍 해대며 드라이브를 즐겼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