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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record Oct 18. 2023

나의 최애는 라프로익(Laphroaig).

feat. 라하는 옳다.

누가 뭐라 하든 나는 피트러버이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짧은 대화로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증류소를 꼽으라면 단연 라프로익이다.


이리도 좋아하는 위스키를 왜 이제서야 쓰는 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리도 좋아하니 나름대로 고민을 했던 것이다. 어떤 식으로 나의 최애를 소개해야 할까.


무엇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위스키들이 있는데 뭐 얼마나 마셔봤다고 벌써부터 최애라는 단어를 써?

소심한 술쟁이는 나름대로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된단 말이다.


사실 이 참에 냅다 키보드를 두드리자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생각했던 주제는 술이 아닌 나의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 따위였는데 끄적여보자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거다.


아무튼 이런 내가 드디어 가장 사랑하는 위스키를 꼽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는 결국 이거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피트러버라는 범위와 상관없이 나의 최애는 라프로익이.


라프로익 그대로의 향을 좋아한다. 윌리엄슨 같은 독병도 있지만 라프로익의 이름은 가진 보틀이 좋다. 사실 저런 독병을 맛보려고 해도 얼마나 맛볼 수 있겠는가. 어찌 되었든 내가 가장 많이 마시는 보틀은 항상 가는 바(BAR)에서 하이볼로 마시는 라프로익 10이다.


한동안 술쟁이들 사이에서 화제였던 한정판 '라프로익 33년 이안헌터 스토리북' 욕심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구한다고 해도 뚜껑을 열 수나 있을까 싶었다.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그렇겠지만 먹으려고 산다기보다는 소장용일 텐데 히스 씨나  소장을 하기 위해 술을 사기보다는 맛을 보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다. (갑자기 술장 깊숙이 몇 년 전부터 고이 모셔두고 따지 못하는 위스키들이 스쳐간다.) 뭐 어느 바에서 가격을 괜찮게 내어준다면 한 잔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빔산토리코리아가 소유하고 있는 라프로익은 스코틀랜드 아일라 지역의 대표적인 위스키 중 하나로 꼽힌다. 풍부한 피트향과 특유의 강렬한 피니쉬가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포인트가 있다기보다 라프로익의 전체적인 풍미와 향에서 매력을 느끼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른 피티드 위스키들에 비해 청량한 느낌의 피티드로 어떨 때에는 입 안을 지나 머리까지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 는 마음에 드는 위스키를 마셨을 때 그 향이 머리끝까지 닿는 느낌을 받는데 그게 참 좋다. 그리고 마실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초록색이 참 잘 어울리는 위스키이다. 다른 하나를 더 꼽자면 재패니즈 위스키인 토리 하쿠슈다.


이 시점에서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영국의 국왕 찰스 3세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가 좋아하는 증류소가 바로 라프로익이 아닌가. 1994년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가 비행기 사고로 아일라 섬에 불시착한 적이 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라프로익 증류소에 들러 위스키를 맛보고 로열 워렌티를 직접 수여했다고 한다. 때문에 라벨 윗부분에 프리스 오브 웨일스의 깃털 문양이 있는데, 이는 아일라 증류소 중 유일하다.


당시 왕자가 가장 좋아했던 위스키는 현재 왕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가 되었다.

그는 라프로익에 대해 “모든 스카치위스키 중에서 가장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라프로익 증류소는 아드벡과 라가불린 증류소와 이웃하고 있는데 알다시피 두 증류소도 강한 개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증류소들의 수원지에서 오는 물의 이탄 함유량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고 증명하기도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타 지역에서도 강한 피티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아일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라프로익에도 다양한 오피셜 제품부터 높은 가격대의 고숙성 제품들이 있으며, 기본적인 특징은 피트향을 시작으로 느껴지는 여러 복합적인 향과 맛이다.


아일라섬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위스키가 갖고 있는 특징인 피트는 흔히 병원냄새나 정로환 냄새라고 표현하며,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할수록 점차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이를 좀 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라프로익의 가장 기본적인 10년을 맛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나 또한 맛보았던 위스키의 시작은 오피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처음부터 고숙성 제품들의 매력을 알아버린다면 저숙성 제품들을 넘기기가 더욱 버거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각 증류소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깊이 알기에는 처음부터 고숙성을 마시기보다는 증류소의 특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오피셜 제품으로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라프로익의 오피셜부터 독병까지 나름 다양하게 맛을 봐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프로익 18이다. 히스 씨와 함께 라프로익 25CS를 맛봤는데 너무 좋다는 그와는 다르게 는 라프로익의 매력이 덜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라프로익 25를 마시고는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했었다.

누군가가 들으면 욕을 한 바가지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누군가가 물어오면 똑같이 답할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라프로익의 색깔과는 조금 다르다고.


물론 가격대도 25 CS가 훨씬 높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18이 라프로익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그나마 가격대가 높지 않은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있다.

그리고 라프로익을 최애라고 자부하는 내가 가장 많이 즐기는 보틀은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는 라프로익 10년이다.



쳇바퀴 같은 하루가 끝나갈 때즈음 택시 한 대를 잡아 복잡한 길가를 지나다 보면 의외로 한산한 어느 골목에 아는 사람만 찾아갈 법한 자그마한 단골 바가 있다.


갈 때마다 오랫동안 이곳이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마저 문득문득 들게 할 만큼 우리에게는 이만한 곳이 없다.


히스 씨의 첫 잔은 진피즈, 나의 첫 잔은 라하(이곳에서 우리는 라프로익 하이볼을 이렇게 주문한다.)이다.


아늑하면서도 집중이 잘 되는 듯한 바의 분위기 때문인지 바텐더 분이 스터(stir)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약간 몽롱해지는 느낌마저 들 때쯤 따뜻한 조명아래 반듯하게 깎여진 각얼음과 금빛 위스키에 탄산이 쉼 없이 올라오는 좋은 하이볼이 담긴 얇은 의 유리잔이 내 앞에 놓인다.



라프로익의 피트향이 소리 없이 시원스럽게 올라온다. 잔을 바라보고 있으면 탄산이 톡톡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차가운 잔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손에 닿는 기분도 좋다.  언제나 내가 찾는 그 맛이다.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의 가장 좋아하는 술 한 잔을 맛보는 시간이 어떤 지 더 이상의 마땅한 표현을 못 찾겠다.


다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자극하였길 바라본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라프로익은 게일어로 'Beautiful Hollow by the broad bay / 드넓은 만의 아름다운 습지' 라는 뜻이다.

라프로익은 아일라 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강하고 거친 축에 속한다. 아일라 싱글몰트 특유의 훈연과 바다 향이 치고 들어오는데, 퍼진다기보다는 터진다는 느낌에 가깝기 때문이다. 숯, 연기, 타르, 감초가 뒤섞인 훈연향에 바다 향이 섞이면서 젖은 흙과 나무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노트들이 한꺼번에 치고 올라온다. 라프로익의 해외 리뷰만 찾아봐도 온갖 나무 이름을 다 배우게 된다. 이 뒤에 곧장 토피, 바닐라, 초콜릿, 군밤 같은 옅은 달콤함과 고소함이 섞인 노트가 따라온다. 대중적인 위스키를 마시던 사람은 라프로익을 처음 마시게 되면 '이게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광고 문구도 이를 반영하듯, 'Laphroaig—love it or hate it, there's no in between'이다.

- 나무위키 참고




난 라하 한 잔.


달리레코드 @dali.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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