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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record Jul 11. 2022

오늘도 버번 위스키와 내외 중.

여름의 버번 콕은 진리지.

내가 좋아하는 아일라의 피트 향의 경우 요오드 냄새 또는 병원 냄새, 훈제나 베이컨향이라고 크게 나누어 표현이 되곤 하는데 실제로 향을 맡아보면 이런 수식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도 경험해보지 않고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호기심 가질 수 있다. 또는 이러한 향을 좋아하는 나는 조금은 반가웠다. 항간에는 피트 향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더 선호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요즘 위스키 관련 기사에 폐점런, 오픈런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각종 위스키 관련 행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만 봐도 한국은 위스키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피티드 위스키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유행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덤비는 사람들을 우려하는 시선들이 있고 나 역시 좋은 시선은 아니지만 한국 위스키 시장의 성장기라 할 수 있는 과도기에 필요한 수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스카치위스키만큼이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버번위스키이다. 몰트의 사용 캐스크의 영향이 다양한 스카치위스키와 달리 버번위스키는 몰트가 아닌 옥수수, 밀등 곡물 위주의 원재료(옥수수 51% 이상) 건조하고 뜨거운 환경의 숙성, 안쪽을 태운 새 오크통의 사용 등 거친 매력으로 상당한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다.

버번의 대표적인 향미의 특징은 진한 단맛, 고소한 너티함과 바닐라향을 꼽을 수 있다.


바닐라 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비버 엉덩이에 코를 박아보고 싶을 정도로 바닐라 향이라면 환장을 한다. 때문에 버번위스키와도 금방 친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도 버번이 어렵다. 아마도 특유의 치고 올라오는 에스테르 향에 적응하지 못해서가 아닐까란 나름의 결과를 유추해봤다. 그 외에도 또 다른 핑계를 대자면 조금 인공적인 느낌이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버번위스키의 매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나마 나의 입맛에 맞는 것들을 찾기 위해 좀 더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고른 덕분일까. 버번 중에서도 나름 희귀하고도 맛 좋은 것들을 종종 만나고 있다.


최근 맛있게 맛본 것은 미국 와인 앤 모어 스토어 픽의 주인공인 비번 터커스(biben tuckers)이다. 사실 나와 히스 씨는 버번에 워낙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비번 터커스의 맛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같이 잔을 기울였던 분들이 너무나 맛있게 즐겨주셨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보틀이다. 그 때의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 그릇 가득한 곡물향이었다.


버번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더 있다면 바로 버번 콕(bourbon coke)이다.

버번 콕을 싫어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있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떤 술을 마시는 걸까. 콜라만큼이나 버번 콕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대중적인 맛이다.

게다가 술을 못하더라도 콜라의 비율을 더 늘려서 알코올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니 이만한 음료가 어딨을까.


사실 버번을 어떤 위스키로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접하기 어려운 비번 터커스보다는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줬던 버번위스키 중에서 국내에서도 꽤 보이곤 하는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가 떠올랐다.


사실 니트로 맛 본 경험이 그리 크게 남지는 않았기 때문에 소개할만한 깜냥이 될까 싶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나는 아무것도 소개하지 못할 거 같다.


아무튼 내가 맛 본 버번 콕 중에서 가장 맛있는 기주가 우드포드 리저브였다. 덧붙이자면 보틀이 정말 아메리칸 감성이 가득하니 예쁘게 생겼다.


사실 위스키의 맛도 중요하겠지만 이 날 우리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단골 바에 가서 죽이는 실력의 바텐더분이 말아주셨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 모습과 그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드포드 리저브 증류소는 1812년 설립되었으며, 여러 번의 이름 변경과 소유주를 거친 뒤 포맨의 소유가 되었다. 브라운 포맨이 1993년 재매입(1941년 매입했으면 1970년대 매각)했고 1996년 우드포드 리저브 위스키를 출시하였다. 매시빌 옥수수 72%, 호밀 18%, 보리 10%의 버번으로 전통식 구리 단식 증류기로 세 번 증류, 7일 동안 삼나무 통에 발효한다. 자연 석회암에서 6년 이상 숙성하여 부드러움과 무게감 있는 바디, 정교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우드포드 리저브 위스키에서는 이 외에도 크리미, 바닐라, 버터 스카치, 시나몬과 약간의 시트러스를 느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어 접근성이 나쁘지 않으며, 브라운 포맨 사의 대표적인 또 다른 제품은 잭다니엘, 얼리 타임즈 등이 있다.


증류기는 2022년까지 3개를 추가 총 6기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속 증류기를 사용한 위스키는 브라운 포맨의 다른 증류소에서 증류한 위스키를 사용한다고 한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

버번위스키 한 병에 코카콜라를 가득 고 휴가를 떠나고 싶다. 수영장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차가운 각얼음 가득한 잔에 담긴 버번 콕을 부딪히며 맘껏 조잘거릴 수 있는 여행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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