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의 삶으로 나아가며

by 달리아

겨울이 성큼 다가와서인지 몸이 으슬거렸다. 머릿속에서 따뜻하고 달큼한 사과 계피차(애플 시나몬티) 한 잔이 떠올랐다. 아무리 검색해봐도 주변에 파는 곳이 없어서, 대신 사과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 모든 청이나 잼을 만드는 과정이 그렇듯, 깨끗이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 이외엔 만드는 법은 무척 간단하다.


사과를 원하는 모양으로 작게 썰고, 사과 양만큼 설탕을 넣고, 나무껍질처럼 생긴 계피를 원하는 만큼 넣어주고,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 뜨겁게 끓인 물에 차를 타니 행복이 함께 우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일상 속에서 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내게 큰 기쁨을 주는 일이다.


대학생 때 헬렌 니어링의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스캇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쓴 <조화로운 삶>을 읽고, 그분들처럼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꾼 적이 있다. 그래서 국내외의 여러 공동체를 가보기도 하고, 유토피아 같은 곳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히 이상적인 곳이란 유토피아라는 단어의 뜻처럼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의 성향과 일 등의 여러 상황 속에서 선뜻 사는 곳을 옮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신 나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해보고 있다.


첫 번째가 산책을 통해 자연을 매일 접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와 가족이 먹고 싶은 것은 가능한 직접 해서 먹기이며, 세 번째는 가능한 불필요한 것들을 사지 않기이다. 시간이 빠르고도 거칠게 흐르는 대도시의 긴장과 불안 속에서도 감사와 행복을 잃지 않는 건 일상 속의 꾸준한 실천으로 계속 중심을 잡으려 한 덕분이라고 느낀다.


최근에는 나물이 먹고 싶어서, 직접 나물을 만들어 먹고, 시래기 된장국을 먹고 남은 국물에 들깨와 순두부를 넣어 먹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밥상'에 몸과 마음이 차오르며 만족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 내가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자급'을 하지는 못해도,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만족하는 '자족'은 얼마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자족은 스스로 행복을 찾고 누리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이끌어주는 힘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순간순간,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어떠한 시간이나
자기가 더 바람직하게 여기는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 <조화로운 삶> 中


내가 원하고, 꿈꾸고, 바랐던 삶을 일상에서 살아낼 때, 삶은 충만해진다. 자급자족의 삶으로 계속 나아가며, 내게 주어진 모든 순간들을 좋은 기회로 삼으며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고,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마음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