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세상에, 비스듬히 서서

by 달리아

아이들의 세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이로움’일 것이다. 자연속에서 아이의 입에선


“우와~”, “이야~”


라는 감탄사와 다급하게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개미나 작은 곤충들을 보기 위해 어디서든 바닥에 엎드리고, 길을 걷다 자꾸만 멈춰서서


“크은 나무”, “깨굴”, “엄마, 엄마~ 달, 달”


하며 여기저기 가리키는 아이의 손가락 끝을 따라, 나 역시 작고, 낮은 것들을, 때론 높고, 큰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매일이 새롭고, 또 경이로웠던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살아가는 느낌이다. 지난 봄에는 길을 가다 아이들이 다친 직박구리를 발견하여 함께 동물병원에 데려가던 중 새가 죽어서 봄꽃들을 넣어 묻어주는 일도 있었다. 두려움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자연 속에서는 삶과 죽음과 생명의 순환 과정을 설명하거나 가르칠 필요 없이, 몸으로 경험하고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을 다시 체험하였다.


바닥에 누워 개미를 관찰하고, 자주 멈춰 서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리치는 아이

‘정말인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보다 더 경이로운 것이 있을까! 자연만큼 좋은 학교나 선생님이 또 있을까!’


그만큼 알아갈수록 경이롭고도 신비한 것이 자연이고, 인간이고,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우리가 이렇게 경이로운 시선으로 자신과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생명 하나하나가 얼마나 놀랍고 신비하고 귀하고 특별한지 알게 된다면, 우리는 결코 자기 자신과 다른 생명들을 아프게 하거나 다치게 할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그런 경이로움의 세계에 살고 있었고, 그 세계로, 그 길로 어른들을 초대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함께 하며, 나는 정현종 시인님의 ‘비스듬히’라는 시를 자주 들여다보았다.


비스듬히


생명은 그대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시를 읽을 때마다, 어두운 세상의 모습에 절망하기보다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 자신과 내 주변부터 건강하고 따뜻하게 잘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고, 깊은 연결망 속에서 서로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는 생명들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귀하게 여기는 맑은 눈과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내게 기대어있는 아이들과 존재들이 언제든 살아갈 힘을 충전할 수 있게 든든하고,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그를 위해, 오늘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자 행동한다.


경이로움의 세상에 비스듬히 서서, 서로를 아끼고 돌보고 배려하는 사랑이 동심원처럼 널리 널리 퍼지기를 기도하며.



위 글은 라파엘의 집 기부를 위한 인생잡지 <치킨집> 제 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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