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에서 자기 사랑으로

by 달리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명상을 하면서도 나 자신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느 날은 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면담을 신청했다. 당시 명상을 가르치던 조나단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내가 나 자신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밉고, 싫다고 하자 그는 대뜸 내게

"마릴린 먼로 아니?"

라고 물어보았다.


뜬금없는 질문을 듣고 나는

"당연히 알지."

라고 대답하며 눈을 껌뻑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마릴린 먼로가 만인의 연인이었다는 것도 알겠네? 그 인기가 아주 대단했지. 아마 수만,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그녀를 동경하고 사랑했을 걸. 케네디 대통령도 그중 한 명이었고."

조나단이 말을 이어갔다.


나 자신이 미워 죽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던 대스타 얘기를 꺼내는 그가 얄미워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할 찰나에 조나단은 또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죽은 지는 아니?"

"아니"

"마릴린 먼로는 우울증과 마약 중독 등으로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했지. 타살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여하튼 그녀가 여러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던 건 사실이야.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찬탄을 하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도 소용이 없었던 거야. 그게 왜인 줄 아니?"

"......."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전 세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할지라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

"......"

"만약 누군가가 너를 24시간 쫓아다니면서 감시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그러면서 비난하고, 이래라저래라 한다면 어떻겠니?"

"숨이 막히지."

"생각만 해도 그렇지? 그런데 네 안에 그런 감시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니?


질문은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작은 실수나 잘못에도

'어이구, 또 그랬어. 내가 그렇지 뭐.'

라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탓했던 내가 떠올랐다.

특히 우울증의 시간 동안을 돌아보니, 그것은 마치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는 것 같았다.

'나는 가치 없고, 쓸모없어.'

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에 맴돌았고,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라는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세상 그 누구도 그렇게 하루 종일 나를 못살게 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조나단은 푸른 두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보며, 겉으로 보기에 많은 교육을 받고 잘 사는 것만 같은 많은 현대인들이 얼마나 끔찍할 정도로 자기 혐오증에 시달리고 있는지, 얼마나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자신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남에게 줄 수도 없기에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문득, 대학생 때 읽었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시의 구절처럼 미친 듯이 외부에서 사랑과 관심과 인정을 찾아 헤맸으나,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미워하고 싫어하던 내가 보였다. 그랬기에, 마치 구멍이 난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아무리 무언가를 채워도 늘 공허하고 갈증이 났던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자기혐오에서 자기 사랑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꾸준히 그를 연습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내가 스스로를 판단하는 판사나 추궁하는 검사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 나를 지켜주는 변호사가 되어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고 나서야,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