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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계란과 꽃다발 앞에서

by 달리아

오늘 하원 후 집에 가는 길에, 둘째가 동네 꽃집 아주머님과 인사를 하더니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꽃을 살 계획은 없었지만, 꽃들을 보듬으며

"어쩜 이리 예쁠까!"


라는 아이가 예뻐서 아이들의 시선이 머물렀던 꽃들을 안고 나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꽃의 길이와 색에 어울리는 화병을 찾아서 꽂았다. 부활절을 앞두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꾸며온 계란들도 식탁 위에 두었다.

씨앗을 뚫고 나온 꽃과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어딘가 닮은 점이 있다. 갇혀있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는 변형을 거친 것이다.


살아오며, 마치 죽음과도 같았던,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도 불리는 어둠의 시간을 몇 번 거쳐서인지, 그런 내게 있어 부활은 거듭남이기도 하다. 마치 허물이나 껍질을 벗어내듯 과거의 나를 완전히 내려놓았을 때, 나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보다'를 어원으로 지어진 '봄'이라는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더 그 의미가 와닿는다. 오늘은 아이들 덕분에 좋아하던 시 한 편을 찾아 읽는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 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돌고 도는 영속적인 생명의 원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고 열매 맺고 있는지 바라본다. 남은 생에도 나는 안팎으로 여러 계절들을 거치며 피고, 지고, 거듭남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기에 매해 봄은 점점 더 귀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집 안 곳곳에 둔 꽃들처럼, 나 역시 이 세상 곳곳을 환히 밝히며, 향기를 채울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숨을 따라 들어온 고운 꽃향기가 온몸 가득 번져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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