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힘이 세다. 감정에는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유아는 그러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기분이 나쁘면 온몸을 들썩이며 울고, 기분이 좋으면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는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 배가 고프거나 배변을 해서 불편함을 느낄 때 갓난아기들은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렇게 좋고, 나쁜 감정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된다.
<네 느낌은 어떤 모습이니?> 뒷표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감정들은 섬세해지는 만큼 예민해지기도 한다.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낯선 감정들이 느껴지는가 하면,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서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감정이 무엇인지,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감정은 표정이나 몸으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이러한 감정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감정에 대해 알아보는 수업에 도움이 된다.
감정에 대한 수업을 할 때, 본격적인 감정에 대한 주제를 다루기 전에 음악을 활용해서 워밍업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과 감정은 음악의 빠르기나 리듬, 음색 등에 따라 감정은 금방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재즈, 클래식, 탱고 등 분위기가 다른 여러 장르의 음악을 1분씩 10곡 정도 들으며, 각각의 곡마다의 느낌을 어울리는 색과 형태로 그려보게 한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꼈을 때 마음에 떠오른 그림을 ‘심상(心想)’이라고 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를 자유롭게 그려보는 것이다.
디즈니에서 나온 Fantasia 2000에서는 이러한 심상이 잘 반영된 영상들이 있는데, 그중 ‘운명교향곡’은 더욱 극적으로 음악에 따른 그림의 변화가 잘 나타나있다. 음악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활동 외에도 온몸이 귀가 되었다고 상상하며 음악을 듣고 그를 움직임으로 표현해 볼 수 있다. 음악이 몸을 타고 흐를 때 그것은 자연스럽게 춤이 된다. 이런 활동이 낯설거나 쑥스러운 친구들이 있을 때에는 벽을 보고 서게 해서 활동을 한다거나 서로 거리를 두고 서서 눈을 감고 움직임을 해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몸과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교실에서 움직임이나 그림 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일 때에는 간단한 상상이나 상황 놀이를 해볼 수도 다. 예를 들어 눈을 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등교 시간이 지났을 때의 감정’, ‘시험이 끝났을 때의 감정’, ‘급식에서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을 때의 감정’ 등의 특정한 상황들 속에서 나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된다면 여러 상황을 이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관찰해 보고 나눠볼 수 있다. 아이들이 한 문장씩 서로 이어가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문장마다 달라지는 감정들을 얘기해 볼 수도 있다.
위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은 감정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흐르며,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 후에는 내 안에서 일어난 감정들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지 얘기해 볼 수 있다. 감정은 말 이전에 얼굴 표정과 몸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같은 말을 한다고 해도 다른 감정이 전해질 수 있다. 감정에 대해 여러 차시의 수업을 한다면, 여러 사진 속 인물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감정 맞추기 활동을 한 차시로 구성할 수도 있다. 몇몇 학생들이 앞에 나와서 특정 감정을 표현해 보고 나머지 학생들이 맞추는 활동도 인기가 많은 활동이다.
6학년 학생이 쓴 동시
이처럼 감정에 대한 여러 탐색 후 하는 활동에서 아이들의 호응이 가장 좋은 것은 감정전달게임이다. 이는 ‘방과 방 사이’ 게임을 응용하여 만든 것인데, 한 모둠 당 5-6명씩 모둠별이 일렬로 앉아서 첫 번째 앉은 학생이 선생님이 제시한 단어를 보고 그를 몸과 표정으로 두 번째 학생에게만 전달한다. 두 번째 학생은 세 번째 학생에게 전달하고 마지막 학생이 그 감정이 무엇인지 맞추는 것이다. 교사는 게임 전 우리가 주로 느끼는 감정들을 5-10가지 정도 먼저 제시하고, 그 감정 단어들 중 선택을 해서 모둠마다 다른 감정 단어를 제시한다. 초시계로 시간을 재서 정답을 맞힌 모둠 중 가장 빠르게 전달한 조가 이기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모습을 매우 즐겁게 관찰한다. 정답이 틀렸을 때는 왜 틀렸는지를 함께 찾아보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전달하지 못할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같은 감정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감정 전달 놀이까지 한 뒤에는 자신이 평소에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핵심 감정 다섯 가지를 그에 어울리는 색과 모양을 가진 캐릭터들을 만들어 표현했듯이, 자신 안의 다양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여러 감정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책들을 참고로 보여줄 수 있다. 아래의 그림들은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감정 캐릭터 그리기의 결과물들이다. 이러한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아이는
“선생님 저 집중할 거니, 말 걸지 말아 주세요.”
라고 미리 말할 만큼 높은 집중력과 몰입하는 보여주었다. 그만큼 감정을 탐색해서 표현하는 활동은 재미있고 흥미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6학년 학생들의 감정 캐릭터 그림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에 대해 탐색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봄으로써 평소 두리뭉실하게 느껴졌던 감정들을 보다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느껴볼 수 있다. 또한 모든 감정들을 보다 더 친숙하게 대할 수 있으며,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업에 이어서는 각각의 감정들에 대해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며, 다루기 쉽지 않은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배우고 실습해 볼 수 있다. 이어질 글에는 아이들이 가장 힘든 감정으로 꼽는 '화'를 주제로 한 수업을 나누어보려 한다.